"4나노 수율 안정"…삼성전자 파운드리, 팹리스 고객 입맛 맞췄다

미국 테일러 공장, 엔비디아·퀄컴 등 고객사 유치 총력
대형 고객 물량 확보 시 기술력 입증…"TSMC와의 격차 줄일 듯"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단공정의 수율(양품 비율)이 올라오면서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 위주로 고객사 유치 활동에 나섰다.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이고, 인텔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신규 대형 고객 유치가 절실하다.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을뿐더러 대규모 물량 확보가 가능하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계획 중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의 고객사로 미국 인공지능(AI) 솔루션 혁신기업 '그로크'(Groq)를 유치했다. 4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을 기반으로 AI 가속기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대형 물량 수주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 퀄컴 등이 삼성 파운드리의 잠재 고객으로 꼽힌다.

당장 '갓비디아'로 불리며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 중인 엔비디아와 협력 가능성이 제기된다. IT전문지 WCCF테크는 엔비디아가 내년 AI 반도체 출하량을 대폭 늘리는 과정에서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현재 엔비디아의 'H100' 등 초고성능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이 가능한 곳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TSMC가 이미 생산 능력 가용 수준을 넘어선 상황에서 추가 대안은 삼성전자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을 턴키(일괄 생산)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엔비디아 경쟁사인 AMD도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와 협력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리사 수 AMD CEO는 "제품의 안정적 생산을 위해 TSMC 외에 다른 파운드리 업체 선정을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퀄컴의 새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 4세대 제품 생산 가능성도 열려 있다. 앞서 IT매체 노트북체크는 퀄컴이 삼성전자 3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해 스냅드래곤8 4세대를 제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5나노 이하 반도체 고객 주문도 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에서 모빌아이(인텔 자율주행 기술 전문 자회사)와 암바렐라 칩 물량을 수주했다.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수주전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은 선단공정의 수율이 안정화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4나노 수율을 50%대로 추정했지만 현재는 75% 수준으로 올라온 것으로 평가한다. TSMC와 유사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4나노 2세대 제품은 안정적인 수율을 기반으로 양산 중이며, 3세대 제품의 4분기 양산 목표 달성이 전망된다"고 소개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TSMC와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3나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으로 기술 격차를 줄이고, 수율도 안정화하면서 고객 신뢰를 회복했다는 평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사장은 지난 5월 카이스트 강연에서 "고객사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삼성전자의 3나노 GAA 공정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며 "5년 안에 TSMC를 따라잡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나 퀄컴의 물량을 수주하면 삼성에 대한 기술력과 수율을 입증할 수 있다"며 "선단공정에서 삼성이 더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