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경련 복귀' 길은 텄다…4대그룹 재가입 논의 탄력
삼성 준감위 "전경련 혁신의지 우려"와 함께 '정경유착 발생시 즉시 탈퇴' 조건 제시
긱 관계사 이사회·경영진서 결론 내야…'정경유착 우려 여전' 준감위 의견 변수
- 김민성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18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관계사들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에 대해 '조건'을 제시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내놓음에 따라 4대그룹의 전경련 복귀 논의가 빨라질 전망이다.
이날 준감위의 논의 결과가 사실상 삼성의 전경련 복귀 길을 열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4대그룹의 일괄 복귀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준감위가 전경련의 혁신의지를 강하게 우려한 만큼 공을 넘겨받은 삼성 경영진이 가입 결정을 내리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감위 임시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가입이냐 미가입이냐, 확정적으로 권고하지 않고 우려를 먼저 전달했다"며 "(각 관계사) 이사회와 경영진에서 (가입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가입했을 경우 전경련의 정경유착 행위가 지속된다면 즉시 탈퇴할 것을 비롯해 운영·회계 투명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해 자체의 철저한 검토를 거친 후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삼성 계열사 이사회가 준감위 권고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삼성 계열사가 준감위 권고에 반하는 활동을 하면 이사회를 거쳐 공표해야 한다.
준감위가 전경련 가입을 전제로 '조건'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각 이사회에서 전경련 가입을 결정하더라도 준감위 권고를 어기는 것은 아니다. 준감위의 이날 결론이 삼성의 전경련 복귀 길을 열어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 관계사들은 모두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건을 통해 드러난 정경유착 논란 끝에 전경련에서 탈퇴했으나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5개사가 여전히 회원으로 남아 있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총회를 열어 전경련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변경하고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또 산하기관인 한경연을 흡수·통합하는 안도 의결할 예정인데, 삼성 관계사들이 한경연을 탈퇴하지 않으면 이번 합병을 통해 자동으로 전경련 회원사가 된다. 이에 따라 삼성 관계사들은 22일 이전 이사회를 열어 전경련 가입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삼성이 전경련에 복귀하게 되면 지난 2017년 탈퇴 이후 6년 만이 된다.
다만 준감위가 이날 전경련의 혁신의지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 점은 삼성의 복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준감위는 삼성의 전경련 복귀 최우선 조건으로 정경유착 근절을 꼽아왔다.
준감위는 전경련의 혁신안을 심도 깊게 들여다본 끝에 혁신안의 실천 의지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정경유착 재발 가능성을 없애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준감위가 지난 16일에 이어 이날까지 두차례 임시회의를 열고 총 4시간30분가량 격론을 이어간 것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기 위해서였다.
이 위원장은 전경련 혁신안이 "선언에 그칠 뿐 실현될 가능성과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 우려스러운 입장"이라는 준감위의 결론을 전했다. 준감위는 별도의 보도자료에서도 "한경협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단절하고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이 '싱크탱크형 연구단체'로 변모하는 등 각종 혁신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를 담보할 확실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은 이전에도 '전경련의 코페르니쿠스 전환'(혁명적 발상 전환)까지 언급하며 전경련의 대대적인 환골탈태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이에 따라 준감위의 이번 권고를 받아든 삼성 관계사들의 최종 결론이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결론이 SK그룹과 현대차그룹, LG그룹의 전경련 복귀 논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전경련에 복귀하더라도 전경련 회비 납부, 회장단 참여 등 적극적인 활동에는 당분간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회비 납부를 비롯해 정경 유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금 출연은 준감위 승인이 필요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선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기업이 뭉쳐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 지원법 등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대외 리스크에 선제적인 대응을 하려면 대기업 의견을 모을 창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정경유착 카르텔 부활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 복귀 부담도 존재한다. 9월 정기국회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감사가 예정된 정기국회 전에 4대그룹이 복귀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4대그룹 총수를 증인으로 요청할 우려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준감위 역시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가입 혹은 미가입 등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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