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감산 동참에…추가 감산 부담 던 SK하이닉스·마이크론

과거와 다른 과점체제 탓, 감산 유지 땐 시장 붕괴 가능성까지
하이닉스·마이크론, 반도체 의존도 높아 더욱 '타격'…반등 기대

2023.4.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감산에 동참하면서 메리 반도체 세계 순위 2, 3위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 기업들은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과 가전 등에서 실적을 받쳐주는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반도체 매출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반도체 혹한'의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의 감산으로 반도체 재고 물량이 줄어들면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가 감산에 동참하면서 SK하이닉스(000660)와 마이크론이 추가 감산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감산을 진행 중이며 올해 설비 투자를 50%가량 줄일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론도 직원 10% 구조 조정, 웨이퍼 투입량 20% 감소 등 고강도 감산 정책을 이어온 데 이어 최근 추가 감산까지 시사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더욱 어려워지면 추가 감산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업계 1위 업체(삼성전자)가 동참하면서 그나마 부담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시장 안팎에선 삼성전자도 감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가 감산을 하지 않으면 업계 전반의 침체가 훨씬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D램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곳이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어 서로의 실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여러 경쟁사가 존재하던 과거와 달리 과점체제에서 '비감산' 전략을 유지하게 되면 D램 시장 붕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우리나라 반도체의 한 축을 담당하는 SK하이닉스는 그간 삼성전자가 감산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삼성전자와 달리 순수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매출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업황에 따른 영향을 더욱 많이 받는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6000억원의 영업익을 내며 적자는 면했지만,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올해 1분기에 4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 4분기에 1조7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고, 올 1분기엔 3조원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D램 반도체 시장을 '죄수의 딜레마'에 비유한 것도 SK하이닉스가 처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줬다. 박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주주총회에서 "따라가지 말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죄수의 딜레마'처럼 고객사들은 계속 게임을 한다"며 "다운사이클에서 공급이 초과하면 가격 하락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죄수의 딜레마는 게임 이론에 등장하는 사례로 협력적인 선택이 모두에게 최선이지만, 자신의 이익을 고려한 선택 때문에 자신뿐 아니라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뜻한다. 당시 감산에 나서지 않는 삼성전자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업계 안팎에선 불황기에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경쟁사를 도태시키는 '치킨게임'이 비교적 조기에 일단락 됐다는 안도감도 나온다. 단순히 시장 경쟁을 넘어 반도체 수요 침체가 장기화되면 국가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감산 효과는 3분기쯤 돼야 나오겠지만 삼성의 결단은 D램 시장의 '윈윈'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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