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분기 적자 3조 '역대 최악'…업계에선 '기대감' 분출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반도체 조단위 적자 전망…'바닥론'도 솔솔
마이크론 CEO "재고·수급 개선 기대"…SK하이닉스 "하반기 IT수요 회복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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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이 지난 분기 역대 최악의 손실을 냈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대폭 늘어난 재고들이 발목을 잡았다.

다음 달 1분기(1~3월)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전망이 우울하긴 마찬가지다. 반도체 부문에서 조단위 적자가 예고돼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공급 물량이 줄어들고, 새로운 수요처가 늘어나면서 올 하반기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28일(현지시간) 2023 회계연도 2분기(12~2월) 23억1000만달러(약 3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1년 전보다 52%나 줄어든 36억9000만달러(약 4조8000억원)에 그쳤다.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추정치)를 밑도는 수치로, '반도체 한파'의 직격탄을 맞았다. 고물가·고금리발(發) 글로벌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TV를 비롯한 가전 교체·구입을 미루면서 주력 제품인 반도체 가격이 하락했다. '경기 침체→모바일·가전제품 등 소비 위축→반도체 주문 감소 및 재고 증가→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실제 반도체 가격은 원가에 가까운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9월까지 4.1달러를 유지하던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 가격은 1월부터 평균 1.81달러로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도 2021년 7월 4.81달러에서 지난달 4.14달러로 하락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올해 상반기 메모리 시장 규모가 지난해 하반기보다 17% 감소한 56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론의 실적 부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 중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50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36%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은 조단위 적자가 예고돼 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3조4864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이 우려된다.

다만 일부에서는 반도체 가격 하락이 바닥을 찍었다고 봤다. 가격 하락으로 인해 물량 공급 조절이 이뤄지고 있고,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신규 수요처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산제이 메호트라 마이크론 CEO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고객들의 재고 사정이 점차 좋아지고 있고 업계 수급 균형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특히 데이터센터 고객 재고는 올해 말까지 정상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도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재고조정 기조가 계속되고 있고 영업전선에서는 매우 전형적인 경영환경이 지속 중"이라며 "현재 중국 리오프닝이 직접적 경제회복으로 연결되진 않지만 하반기 IT 수요와 관련해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측면에서는 메모리 업체들의 생산 축소 때문에 공급량 조절 효과가 가시화되고 고객의 재고도 점차 소진되고 있어 점점 정상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