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주가 부진에 긴장감…삼성전자 "투자 지속해 경쟁력 확보"(종합)
지난해 40% 수준인 600여명 현장 참석
한종희 사내이사 선임 등 3개 안건 모두 가결
- 강태우 기자
(수원=뉴스1) 강태우 기자 = 주주 580만명에 달하는 '국민주' 삼성전자(005930)의 '제54기 정기 주주총회'가 15일 오전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이날 주총에서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회사는 높은 물가 상승률과 수요 둔화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많은 분의 헌신과 노력, 격려에 힘입어 매출 300조원을 넘어섰다"며 임직원, 협력사, 주주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런 위기를 극복해온 비결은 항상 '본질에 집중'이라는 평범한 진리였다"며 "앞으로도 기술로 고객이 보다 풍요로운 일상을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해서는 "주주환원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2022년 기준으로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부회장과 이정배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각각 DX(디바이스경험)부문과 DS(반도체)부문의 경영 현황에 대해 설명한 뒤 향후 전략을 발표했다. 이후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으며 이번 주총에 상정된 3개의 안건에 대한 투표도 진행했다.
표결 결과 △제54기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등 재무제표 승인 △한종희 사내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안건은 각각 99.51%, 97.54%, 99.26%로 모두 가결됐다.
◇ 현장 참석자 절반 이상 '뚝'…송곳 질문에 삼성 '진땀'
이번 주총은 다소 한산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주총이 열리는 행사장 1층과 3층에 총 3500석의 자리를 마련했으나 이날 현장 참석자는 6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1600여명)와 비교하면 40%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주주는 전년보다 75만명가량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석률이 저조한 것은 지난해 불거졌던 GOS(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 이슈 같은 현안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주총이 진행되자 주가 부진, 실적 악화, 주주가치 제고 등을 두고 주주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오전 9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주총 현장은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맴돌았다. 특히 주가와 배당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10만원에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는 한 주주는 "모든 질문에 답변이 두루뭉술하다. 이렇게 회의를 진행해도 되겠냐"며 "주주들이 삼성전자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했을 텐데 이렇게 주주를 무시하냐"고 비판했다. 질문이 끝나자마자 주총장에서는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부회장은 "불편을 드려 사과드린다"며 "저를 비롯한 모든 임직원들이 주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사회와 경영진은 지속성장 기반 강화를 위해 시설 투자 확대와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이것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신사업 발굴 등 미래 준비 '착착'경기침체와 반도체 한파 영향으로 실적 악화와 주가 부진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에선 올 1분기 삼성전자 DS부문(반도체 사업)의 적자 가능성도 전망한다. 이에 대해 주주들은 현 상황 분석과 함께 실적 개선을 위한 돌파구 마련을 주문했다.
이정배 사장은 이날 "올해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경쟁 등 글로벌 불안 요인으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도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 사업부별 특성에 맞게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계획대로 추진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 사장은 메모리 실적 악화 속 회복 전략에 대해 "2023년 이후 반도체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어렵지만 신규 응용처를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며 "5G, AI(인공지능) 등 신규 응용처와 고성능 제품을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반도체지원법에 대응할 전략을 묻는 주주에게 "2월 말에 미국 가이드라인 세부 시행령이 발표돼 회사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전략을 다각도로 분석 중이다"고 답했다.
삼성전자 DX부문은 '본질에 집중한다'는 기조 아래 신환경경영전략 등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과 IT(정보통신) 기술로 캄테크(Calm Tech)를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디바이스 판매하고 있는데 보다 더 완성도 높은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고 플랫폼 기반 사업모델을 확장하겠다"며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사업간 시너지를 높일 뿐 아니라 다양한 파트너들과 긴밀한 협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로봇, 차세대 AI(인공지능), 디스플레이, 네트워크 등 미래 기술 혁신을 통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가치와 편의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 이목 끄는 체험존 및 이벤트 풍성…주주 소통도 강화한편 올해 주총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주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체험존과 각종 이벤트 등을 마련해 주주들의 관심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주총장 입구에 'Everyday Sustainability(지속가능한 일상)'라는 ESG 테마로 꾸며진 포토존을 설치해 주주들이 입장 전부터 이번 주주총회를 기념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 에코 프렌즈 팝업 스토어, 에코 패키지 체험존, 갤럭시S23 포토부스 등도 마련했다.
특히 친환경 소재로 하이페리온(높이 115.9m로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을 본뜬 '응원 메시지 월(Wall)'이 주총장에 등장했다. 주주들은 나뭇잎 모양의 카드에 회사에 바라는 점, 회사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작성해 하이페리온 나무를 장식했다.
삼성전자는 응원 메시지를 쓴 주주 모두에게 편의점 CU 모바일상품권 1만원권을 지급하고, 갤럭시S23 울트라, 비스포크 제트봇 등을 제공하는 추첨 이벤트도 진행했다. 또 주주 확인을 거친 주주들에게는 전국 아티제 매장에서 사용 가능한 2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지급했다. 이날 남녀노소 주주들은 해당 체험존 참여를 위해 줄을 서기도 했고,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로 인해 마스크를 벗고 주총장 밖에 마련된 커피와 다과 등을 즐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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