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ARM 인수하나…이재용, 내달 손정의 만난다(종합)

이재용 "손정의, 서울 방문해 우선 제안 하실 것"
연내 회장 승진에는 "회사가 잘 되는 게 더 중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공항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9.2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음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세계적인 반도체 팹리스 기업 암(ARM) 인수에 대해 논의한다. ARM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M&A) 후보로 꼽혀왔는데, 실제로 인수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의 발언을 두고 ARM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한다.

그간 독과점 문제와 최소 50조원이 넘는 비싼 몸값 탓에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지만 두 사람의 만남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인텔 또는 다른 반도체 업체가 컨소시엄(연합체)을 이뤄 인수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컴퓨터의 CPU와 스마트폰 두뇌로 불리는 AP칩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반도체 업계에서 독보적인 IP(지적재산) 판매 업체다. 삼성이 ARM을 인수하면 반도체 업계 판도를 바꿀 그야말로 빅딜이다. ARM 주인은 손정의 회장이 이끌고 있는 소프트뱅크(소프트뱅크 75%, 비전펀드 25%)다.

이 부회장은 21일 유럽·중남미 출장에서 귀국하며 기자들과 만나 출장기간 중 ARM 인수를 위한 경영진 회동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회동을) 하진 않았지만 다음 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서울에 올 것"이라며 "아마 그때 우선 제안을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공항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9.2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1위를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하면 큰 시너지(동반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프로세서도 ARM 설계를 기반으로 생산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삼성전자의 ARM 단독 인수는 쉽지 않다. 당장 독과점 우려가 걸린다. 앞서 ARM 인수를 추진했던 엔비디아도 독과점을 우려한 주요국의 반대로 실패했다.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 반도체 1위, 파운드리 2위의 시장 지위를 고려할 때 독과점 문턱을 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인텔 등 다른 반도체 업체와 컨소시엄을 꾸리는 '공동 인수' 형태로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ARM 인수전 참여를 선언한 SK하이닉스도 컨소시엄 구성을 전제로 두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올해 초 "ARM은 한 회사가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공항센터를 통해 귀국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22.9.2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 소감을 묻는 말에는 "오지와 어려운 환경에서 정말 열심히 회사와 우리나라를 위해 근무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하러 간 게 주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추석 연휴 직전 출국해 지난 8일과 13일 멕시코·파나마 대통령을 잇따라 만나 엑스포 유치 지지를 당부했다. 또 멕시코 현지 삼성전자 가전 공장 등을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했고 파나마에선 중남미 법인장 회의에 참석해 사업·전략을 점검했다.

이후 캐나다를 거쳐 지난 16일 영국으로 건너간 이 부회장은 현지 사업장을 점검하고 글로벌 네트워킹 복원과 미래 먹거리 관련 신사업 구상을 위한 행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영국 일정과 관련해선 "(엑스포 유치) 특사로 임명받아 런던에 가려고 했는데 엘리자베스 여왕께서 돌아가셔서 조금 일정이 바뀌었다"며 "존경하는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은 못했지만 같은 도시에서 추모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내 회장 승진 계획에 대해선 "회사가 잘 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