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한달' 이재용 광폭 행보…M&A·회장취임·조직개편 '주목'

대내외 활동 본격 재개…해외출장·직원 스킨십 활발
M&A·조직개편 이어질 듯…연내 회장 취임 전망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현지시각) 멕시코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2.9.22/뉴스1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습니다."

지난달 12일 정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로 결정한 직후 이 부회장이 밝힌 다짐이다. 지난달 15일 복권으로 경영 활동의 족쇄가 풀린 지 한 달째를 맞은 가운데 이 부회장은 활발한 대내외 활동을 이어가면서 삼성전자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복권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16일 이 부회장은 빌 게이츠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과의 만남으로 광폭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달 19일에는 삼성전자 기흥 R&D 단지 착공식에 참석하고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첫 공식 일정을 가졌다. 이후 같은 달 24일 서울 강동구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 2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30일 삼성SDS 잠실캠퍼스를 잇따라 방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현지시각) 멕시코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2.9.22/뉴스1

해외 출장도 활발하다. 복권 전까지 올해 8개월 동안 해외 출국은 지난 6월 네덜란드 출장 한 번뿐이었지만, 복권 후 20여일 만인 추석 연휴 기간에 멕시코·파나마 등 중남미 지역을 방문했다. 올해 초 14일의 여유가 있었던 설 연휴에 칩거한 것과 대비된다. 미국과 인접한 가전 생산거점인 멕시코를 방문한 건 북미 지역 사업을 다지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하는 등 활발한 사내 행보도 복권 후 나타난 모습이다. 이전까진 직원들과 공공연하게 만날 경우 적극적인 경영 활동으로 보일 수 있어 취업제한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사내 행보를 자제했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화성캠퍼스에선 한 직원의 기념촬영 요청에 직원의 아내와 영상통화를 했고, 같은 달 26일 수원사업장에선 홍라희 여사의 에피소드를 꺼내며 "맥주 마시지 말라고 잔소리한다"며 격의 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앞으로 이 같은 조직 다지기 행보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경제·산업 영역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도 하고 있다.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특사로 임명된 이 부회장은 지난 8일 멕시코 대통령, 13일 파나마 대통령을 각각 만나 부산 개최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이 부회장은 15일 예정된 재판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해외에 머물고 있는데, 오는 18일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영국·미국 방문 등을 동행하며 경제사절단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현지시각)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대통령궁을 찾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2022.9.12/뉴스1

앞으로는 대형 인수합병(M&A)을 위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20년 7월 삼성전자는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실현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차량용 반도체 기업과 가전·모바일 관련 기업, 인공지능(AI)·로봇·5G 관련 기업까지 전방위적으로 M&A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경영 전면에 복귀한 이 부회장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윤 대통령과 유럽·미국 방문을 동행할 경우 해당 지역 내 M&A 후보 기업들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그룹의 컨트롤타워를 다시 세우기 위한 조직 개편도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사업 부문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는데,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통상 12월 초인 사장단 인사를 전후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회장 취임 시점도 관심사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후 11년째 현재 직위를 유지 중이다. 국내 5대 그룹 중 총수가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는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 지금까진 사법 리스크로 인해 회장 취임이 어려웠지만 복권으로 해소됐다. 일부에선 올해 말 인사에서 회장으로 승진하고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특별사면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복권 전에는 경영 전면에 나서기 힘들어 대외적인 업무에 주력했지만 이제는 내부 현안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그동안 더디게 진행됐던 사안들이 점점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