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 230조 '사상 최대'…파운드리 불붙었다

파운드리 업체들이 주도…올해 TSMC 50조·인텔 32조
메모리 중심 삼성 SK는 상대적으로 적어 "M&A 필요"

대만 신주 지역에 위치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의 생산공장 전경(TSMC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올해 전례없는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지난해 가격 하락을 겪은 메모리 반도체보다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3일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반도체 산업의 설비투자(CAPEX) 규모는 총 1904억달러(약 230조원)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1539억달러)보다도 2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전자기기 등의 수요가 늘어난 반면 상당수 반도체 공급망이 위축되면서 그동안 반도체 수요 증가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9년 전세계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3% 감소했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는 10% 늘어났고 2021년에는 36%나 증가했다. 올해 전망(24% 증가)대로라면 지난 1993~1995년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게 된다.

2008~2022년 전세계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 변화(IC인사이츠 제공). ⓒ 뉴스1

특히 파운드리 설비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IC인사이츠는 올해 설비투자 지출이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하는 반도체기업으로 총 13곳을 예상했다. 그중 순수 파운드리(pure-play foundry) 기업인 대만의 TSMC·UMC와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가 모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빅3' 업체들이 모두 포함되지 않은 것과 비교된다. 지난해 메모리 가격 하락을 겪으면서 신규 증설에 신중하게 접근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1위인 대만의 TSMC는 올해 420억달러(약 50조700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전년(300억달러) 대비 40% 늘어난 규모다. 향후 반도체 수요 강세가 예상되는 만큼 올해 생산능력을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한 인텔도 올해 설비투자에 270억달러(약 32조6000억원)를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44% 늘어난 수준이다. 인텔은 지난달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9위인 이스라엘의 타워세미컨덕터를 인수하기도 했다.

중상위권 주자들도 치열한 투자 경쟁에 나섰다.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3위인 대만 UMC의 올해 투자 규모는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로 전년 대비 71% 늘어날 것으로 전만된다. 4위인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의 경우 전년대비 155% 급증한 45억달러(약 5조4000억원)를 투자할 것으로 추정된다. 5위인 중국의 SMIC는 올해 설비투자에 역대 최대인 50억달러(약 6조원)를 쓸 계획이다.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40% 이상으로 예상되는 13개 반도체 기업(IC인사이츠 제공). ⓒ 뉴스1

메모리 반도체 중심인 국내 업체들도 비메모리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2030년까지 170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내세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2공장을 짓고 있으며 평택캠퍼스 P4 라인 증설에도 나설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8인치 파운드리 업체인 키파운드리를 인수했다.

다만 글로벌 시장 경쟁자들의 투자 규모와 비교하면 국내 업체들이 격차를 좁히기엔 충분하진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반도체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170조원이 대부분 파운드리에 투자된다고 가정해도 연간 20조원 수준인데, TSMC는 올해 파운드리에만 5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는 압도적 실적을 바탕으로 투자를 무자비하게 늘리고 있어 현재와 같은 사업 구조로는 (삼성전자가) TSMC를 추격하는 게 쉽지 않다"며 "파운드리에서의 파격적인 진전이나 의미있는 M&A를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장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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