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상 전자담배 팔려면 담보 필수?"…영세업체 옥죄는 편의점 정책
대형 담배사는 예외, 액상 전담업체만 지급보증보험 요구…편의점 정책 형평성 논란
편의점 "거래 안정성 위해 필요" vs 액상 전자담배 제조사 "영세업체 부담 가중"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액상형 전자담배 업계가 일부 편의점의 지급보증보험 가입 요구로 부담을 안게 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 담배 제조사와 달리 중소 액상형 전자담배 업체들이 보증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면서 영세 사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업계 1, 2위 사업자인 CU와 GS25가 액상형 전자담배 업체들에 지급보증보험 가입을 요구하는 관행이 굳어지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 업체들은 유통업체에 제품을 납품하는 공급업체 입장이지만 오히려 지급보증을 제공해야 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다만 모든 편의점이 일괄적으로 지급보증보험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판매자에게 별도의 지급보증보험을 요구하지 않고 있어 업체별 정책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는 편의점에서 담배 매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KT&G 같은 담배 제조사가 지급보증보험을 제공받는다. 편의점이 담배를 판매한 후 발생하는 매출 대금을 확실히 지급하겠다는 의미에서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사가 제조사에 대금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액상형 전자담배 업체들은 제품을 납품하면서도 추가적인 보증보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전량 환불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업자 A 씨는 "액상형 전자담배 업체들 대다수가 영세업자인데 서울보증보험 가입을 위해 연간 보험료를 내야 해 영세업체들에 이중 부담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액상형 전자담배 브랜드인 '몬스'가 있다. 몬스의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BGF리테일에 요구에 따라 신한은행으로부터 10억 5300만 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발급받았다.
신한은행이 몬스를 대신해 CU 운영사 BGF리테일에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몬스가 지급 의무를 이행 못할시 신한은행이 대신 변제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신한은행은 지급보증의 조건으로 몬스가 보유한 단기금융상품을 담보로 설정했다.
또 몬스는 GS25에 킴리코리아의 25억 원 규모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편의점 업계의 보증 조건이 강화되면서 액상형 전자담배 업체들은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야 하는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지급보증 요구가 대기업 담배 제조사와 중소 전자담배 업체 간 차별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일반 담배 제조사들은 편의점으로부터 지급보증을 제공받지만 중소 전자담배 업체들은 오히려 지급보증을 요구받는 역차별적 구조에 놓였기 때문이다.
실제 홈쇼핑사 등 일부 유통 채널에서는 협력사의 안정적인 납품 및 정산을 보장하기 위해 지급보증보험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으나 편의점 공급 구조에서는 이례적인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A 씨도 "같은 담배 제품군임에도 불구하고 액상형 전자담배 업체들에만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반면 편의점 업계는 지급보증 요구가 거래 안정성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는 입장이다.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은 일반 담배보다 변동성이 크고 일부 사업자의 재무 건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대기업은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거래가 가능하지만 영세 업체는 업력 부족과 사업 지속성의 불확실성이 크다"며 "거래 업체가 갑자기 사업을 접을 경우 이를 보전할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에 지급보증보험은 필수적인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액상형 전자담배 업체뿐만 아니라 영세한 납품업체나 직거래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들도 지급보증보험을 요구받는다는 것이 편의점 측의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는 반드시 담배업체에만 해당하는 사항은 아니다"라며 "신용 문제나 상품 거래 과정에서 반품이 발생할 수 있고 대금 정산 과정에서 채권·채무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보증보험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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