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보다 매수 결단" 1500억 더 쓴 정용진…정유경도 나서나(종합2보)
정용진, 母 지분 전량 매입했지만 총수는 여전히 '이명희'
계열 분리 위해 친족·SSG닷컴 지분 정리 관건
- 윤수희 기자, 서미선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서미선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2141억 원 상당의 이마트(139480) 지분 전량(10%)을 개인 자산을 들여 매입을 결정했다. 계열 분리 선언 후 시장에 책임경영 메시지를 강력히 피력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정용진 회장이 독자노선을 확고히 한 만큼 정유경 ㈜신세계(004170) 회장의 지분 매입 시기에도 관심이 모인다. 남매가 지난해 3월과 10월 차례로 회장 자리에 올랐지만, 여전히 신세계그룹의 '총수'는 이 총괄회장이다. 업계는 정유경 회장 역시 머지않아 ㈜신세계의 지분을 사들이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마트는 10일 정용진 회장이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0%를 매수하는 거래계획보고서를 공시했다.
정용진 회장은 다음 달 10일부터 오는 3월 11일까지 30일 거래 일간 시간외거래를 통해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보통주 278만7582주(10.0%)를 주당 7만6800원에 사들인다.
총매입 금액은 법적으로 20% 할증이 붙은 2140억8630만 원 상당으로, 정용진 회장은 지분 매수를 위해 개인 자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법인세법은 시간 외 대량매매의 경우 전일 종가 기준보다 20% 할증된 가격에 거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지분 인수를 마치면 정용진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율은 기존 18.56%에서 28.56%로 높아진다.
정용진 회장의 이번 지분 매입은 대주주의 지위를 확고히 다지고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지분 매입을 통해 이 총괄회장의 이마트 보유 지분이 0%로 떨어지면서 친족 독립 경영에 한 발 더 다가간 셈이다.
다만 이 총괄회장은 ㈜신세계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어 여전히 그룹의 총수 자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정용진 회장이 지난해 3월 회장으로 승진한 뒤 두 달 후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며 정용진 회장이 아닌 이 총괄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이 총괄회장이 여전히 신세계그룹을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적인 계열 분리를 위해선 이 총괄회장의 보유한 ㈜신세계 지분이 3% 미만이어야 한다. 일각에서 정유경 회장 역시 친족 간의 지분 정리를 통해 계열 분리 절차에 나설 것이라 전망하는 이유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함께 보유한 SSG닷컴의 지분 정리도 이뤄질 것이라 예상도 나온다. 지난해 8월 기준 이마트는 SSG닷컴 지분 45.58%를, 신세계는 24.4%를 보유하고 있다.
법적으로 기존 그룹이 독립하려는 계열사 간의 지분 보유율이 상장사는 3% 미만, 비상장사는 10% 미만이어야 한다. 따라서 이마트가 SSG닷컴을 자회사로 두기 위해선 신세계로부터 약 15%의 지분을 가져와야 한다.
재계에서는 정용진 회장이 이 총괄회장 보유 이마트 지분을 인수 방식으로 증여가 아닌 매수를 택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정용진 회장의 주식 매입은 증여받는 방식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이 총괄회장도 이번 친족 간 지분 거래를 통하는 만큼 약 400억 원가량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자금으로 매입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밝힌 정용진 회장 역시 주식담보 대출을 받을 경우 약 100억 원대의 이자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총 거래대금 2140억8629만7600원이 이 총괄회장 자산으로 남게 되는 만큼 차후 이를 정용진 회장에게 상속하거나 증여할 경우 약 1070억 원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번 주식 거래 없이 증여받는 방식을 택했다면 예상되는 증여세 약 1000억 원 대비 약 1500억 원 이상 추가 비용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정용진 회장은 증여가 아닌 매수를 선택한 것이다.
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은 20% 할증된 가격으로 매수한 뒤 차후 증여받을 때 또 증여세를 내고 사야 하는 상황으로 증여세 회피 목적은 아니다"며 "그럼에도 매수를 택한 건 성과주의로 평가받겠다는 정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주식 매매 계획은 정 회장이 이마트 최대주주로 성과주의에 입각한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개인 자산을 투입해 부담을 지고서라도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책임 의식과 자신감을 시장에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은 2006년 부친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물려받을 때 3500억 원 증여세를 신세계 주식으로 현물납부했다. 2020년엔 2962억 원의 증여세를 자신들이 보유한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담보로 제공해 분할납부했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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