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의 선택은 결국 '토종' G마켓…韓시장 지배력 더 커지나
막대한 자본력 내세워 홈플러스 등 투자처 계속 물색
한국 1세대 토종 e커머스 보유 성공…시장 침투 가속화
- 윤수희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중국 e커머스(C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끊임없이 문을 두드린 끝에 결국 신세계(004170)와 손 잡았다.
알리바바그룹은 2018년 한국에 진출한 후 초저가를 내세워 존재감을 키워왔지만 C커머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한국 토종 e커머스인 G마켓을 발판 삼아 쿠팡·네이버쇼핑이 장악한 국내에서 지배력을 확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그룹 알리바바인터내셔날디지털커머스(AIDC)은 출자 비율 5대 5로 내년 중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자회사로 편입한다.
국내 1세대 e커머스 플랫폼인 G마켓과 중국계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한 지붕 아래 '식구'가 된 셈이다.
신세계는 이마트(139480) 등이 보유한 G마켓 지분 100%를,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과 현금 3000억 원을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알리바바그룹은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설립하고 10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본력을 내세워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지난 6월 AIDC 임원급 인사가 홈플러스 강서본점을 직접 찾아 인수합병(M&A)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올 초엔 2억 달러를 투자해 한국에 물류센터를 짓는다고 선언했다.
더불어 적자에 시달리는 오늘의집, 발란 등에 투자 제안을 하고, 에이블리, 4910(사구일공), 아무드(amood)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는 1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다만 '차이나 머니'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탓에 투자처 물색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던 중 한때 국내 e커머스 시장 내 1인자로 군림했지만 지금은 적자로 고전하고 있는 신세계 G마켓에 눈을 돌렸다.
신세계는 마침 3조4400억 원이란 거금을 주고 사들인 G마켓의 부진한 성적으로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특히 올해 3월 회장으로 승진한 후 그룹 체질 개선에 힘을 쏟고 있는 정용진 회장으로선, 본인이 강하게 밀어붙여 인수했던 G마켓이 3년 넘게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할 모멘텀이 절실했다.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지낸 정형권 대표로 교체한 지 반년 만에 이뤄진 결정이라는 점에서 알리바바그룹과의 '동맹'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국내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신세계가 '차이나 머니'를 받아들였다는 데 주목한다. 그동안 C커머스를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 안전성 등의 논란을 의식해 투자 제안을 받아들일지 망설이던 기업들도 마음을 쉽게 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번 합작 법인 설립으로 알리바바그룹은 국내 토종 1세대 e커머스 플랫폼으로서의 상징성을 가진 G마켓의 소비자, 판매자, 배송 인프라 등을 통해 국내 시장 침투를 가속화하는 동시에 더욱 활발한 투자가 가능해졌다고 업계는 내다본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모멘텀이 절실한 신세계와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파트너를 찾고 있는 알리바바 측으로서는 서로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정으로 풀이된다"며 "양사 간 시너지가 얼마나 발휘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고 말했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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