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00년 전통 계승한 양조장의 부활…발효공방1991 가보니
감향주 양조법 계승해 만들어지는 전통주…은하수 6도·8도 年6만병 생산
2026년 1500평 규모 복합 플랫폼 완공…전통주 체험 공간 등으로 활용 예정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인구 소멸 위기 지역으로 알려진 경상북도 영양군에서 잊혔던 100년 전통이 다시금 빛을 발하고 있다. 1926년 설립돼 2017년에 문을 닫았던 '경북 양조장'이 2022년 새로운 모습으로 복원돼 '발효공방1991'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발효공방1991은 지역 상생과 전통 계승을 목표로 교촌에프앤비와 영양군이 협력해 설립한 양조장이다. 현재 교촌에프앤비의 손자회사로 운영되며 지역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은 막걸리 브랜드 '은하수 6도'와 '은하수 8도' 및 감향주를 생산하고 있다.
은하수 막걸리는 깊은 역사적 가치를 지닌 전통 양조법으로 빚어졌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막걸리는 350년 전 한글 최초의 요리서 음식디미방을 집필한 장계향 선생의 후손인 13대 종부 조귀분 명사로부터 전수한 '감향주' 전통 양조법을 현대화해 만들어진 전통주로 깊은 역사와 풍미를 담고 있다.
지난 18일 방문한 발효공방1991의 양조장은 전통 방식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현대적인 위생 관리와 효율성을 겸비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었다. 양조장은 크게 담금실·발효실·병입실로 나뉘어 있으며 막걸리 제조에 필요한 설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들어선 담금실은 쌀을 깨끗이 씻어 물에 불리고 증자(蒸煮) 작업을 진행하는 공간이다. 증자 과정은 막걸리 맛의 핵심을 결정짓는 단계로 발효를 돕는 효모가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발효실로 이동하니 발효조에 고두밥과 누룩이 혼합돼 발효가 진행 중이었다. 발효 기간이 길수록 막걸리의 풍미가 깊어지는데, 발효공방1991은 최소 15일 이상의 발효 기간을 유지한다.
김명길 발효공방1991 양조사는 "시중에 판매되는 막걸리는 발효 기간이 보통 일주일에 불과하지만, 은하수 막걸리는 최소 15일, 길게는 20일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후 체별 과정을 거쳐 완성된 막걸리는 병입실로 옮겨져 '은하수 막걸리'라는 이름으로 탄생한다. 대표 막걸리는 부드러운 목넘김이 특징인 '푸른밤'(6도)과 걸쭉한 질감이 돋보이는 '깊은밤'(8도)이다.
푸른밤 6도는 고형분 함량이 적어 목넘김이 부드럽고 인공 감미료 대신 쌀만으로 단맛을 구현해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맛의 균형을 이룬다. 깊은밤 8도는 원재료 함량이 높아 진하고 걸쭉한 식감이 특징이며 안주 없이도 그 자체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는 감향주도 생산되지만 시중에 따로 판매되지는 않는다. 감향주는 이태원 교촌필방과 영양군의 음식디미방 등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발효공방1991은 내년 상반기 프리미엄 막걸리 신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김 양조사는 "100년 전통법을 바탕으로, 청정지역 영양 쌀만 100% 사용해 쌀의 깊은 풍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며 "은하수 막걸리는 월 약 5000병 한정 수량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최고의 품질 구현을 위해 대량생산보다는 100년의 전통과 장인정신을 제품에 담아내는 데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발효공방1991은 단순히 막걸리를 생산하는 양조장에 그치지 않고 2026년 복합 플랫폼을 조성할 계획이다. 약 4983㎡(1510.2평) 규모로 조성될 이 공간은 술을 빚는 전통적인 역할을 넘어 발효 체험·전통주 교육·지역 특산물 판매 등 다양한 활동을 아우르는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전체 운영 면적의 약 60%에 해당하는 900평가량을 체험 및 교육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외부 인구 유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플랫폼 조성이 완료되면 누적 방문객 수가 30만 명에 이르며 지역 경제와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발효공방1991은 플랫폼 내에 생산시설을 구축해 은하수 막걸리의 생산량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연간 약 3만9000리터 수준인 생산량을 10배 이상 늘려, 전통주 4종의 연간 생산량을 40만 리터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은하수 막걸리도 연간 약 6만 병에서 최대 60만 병까지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발효공방1991은 판매 채널 확장과 함께 매출 성장도 기대하고 있다. 현재 막걸리 판매의 80~90%가 영양군 내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꾸준히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백화점 일부 점포와 마켓컬리에 입점했으며 경북 지역의 편의점과 대형마트 입점도 논의 중이다.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입소문을 바탕으로 매출 증가도 점쳐진다. 지난해 약 6000만 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올해 약 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 복합 플랫폼 조성이 완료되면 연 매출은 10억 원가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숙희 발효공방1991 발효사업부문장은 "발효공방1991은 차별화된 R&D(연구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교촌의 핵심 사업이 소스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며 "또 지역 일자리 창출하고 좋은 농산물 활용해 교촌에프앤비의 ESG 경영을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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