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당 수 천 만원 아니면 1만원"…양극화 심화되는 위스키 시장
아영FBC 벤로막 50년·디아지오 탈리스커 1976 등 프리미엄 강화
CU 길리듀, 19일 만에 누적 판매 5만병…페르노리카 최대 13% 할인
- 이형진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국내 위스키 시장이 침체 양상을 보이자, 주요 위스키 업체들이 양극화 전략에 나서고 있다. 한쪽에서는 1병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위스키를 연이어 내놓고, 반대편에선 1만원 이하의 위스키로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15일 관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위스키 수입량은 2만2237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 줄었고, 수입금액도 2억188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7% 축소됐다.
위스키 시장 침체에 주요 위스키 수입 유통 업체들의 실적도 부진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2023년 회계연도(2023년 7월 1일~2024년 6월 30일) 영업이익은 531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매출은 1752억 원으로 5.5% 줄었다.
같은 기간 디아지오코리아는 매출이 5.9% 성장한 1625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22% 하락해 82억 원에 그쳤다.
이에 위스키 업체들은 초고가 전략을 펴고 있다. 아영FBC는 최근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 벤로막 50년을 국내 처음으로 공개했다. 전세계 248개 한정 수량 공개된 벤로막 50년은 국내에 단 1명 들여왔는데, 가격은 5000만 원이다.
디아지오는 지난 6월 빈티지 희귀 싱글몰트 위스키 시리즈인 '프리마&울티마'를 내놨다. 3개 위스키를 세트로 판매하는데, 국내 가격은 약 7000만 원 선이다. 디아지오는 연말 시즌을 겨냥해 프리마&울티마를 개별 보틀로 구매가 가능하도록 조정하고, 탈리스커 1976등 고연산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페르노리카는 600만원 안팎의 로얄살루트 62건 살루트의 패키지 디자인을 전면 리뉴얼했고,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는 지난 10월 국내에 매년 3병만 들여오는 발베니 50년 컬렉션에 대한 경매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추정 가격은 1억에서 1억3000만 원 선을 전망했다.
반면 업체들은 연말 송년회 자리를 겨냥해 가벼운 가격 정책도 내놨다. 특히 편의점 CU에서 판매 중인 길리듀는 700mL의 대용량 위스키면서도 할인을 붙이면 9900원에 구매가 가능해 크게 인기몰이 중이다. 출시 19일 만에 누적 판매 5만 개를 돌파했다.
골든블루도 700mL 용량·2만5000원 가격의 골든블루 쿼츠를 출시해 혼술족 소비자층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페르노리카는 이달부터 발렌타인, 로얄살루트 등 주요 위스키 제품을 최대 13%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로 잘 알려져 있지만, 초기 제품들의 높은 가격으로 지적도 있었던 기원 위스키도 지난달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인 10만 원대 위스키 기원 시그니처 라인 3종을 내놓기도 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주류와 초저가 주류로 양극화하는 현상은 점차 심화하고 있다"며 "하이볼 열풍 등 MZ세대는 저가 수요로 몰리고, 한정판 위스키·와인 제품은 초고가여도 꾸준히 찾고 있다"고 전했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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