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열차 초입, 내수 소비 얼어붙을까…불안감 커지는 식품업계
노무현·박근혜 탄핵 당시도 CSI 하회하며 소비 심리 '공꽁'
"지금도 내수 좋지 않은데"…"아직은 알 수 없는 안갯속"
- 이형진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이 불발에 그치면서 정치권은 탄핵 정국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내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어려운 내수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조국혁신당,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진보당)은 7일 오후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할 방침이다.
범야권 의석수는 총 192석으로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 8명의 표만 가져오면 탄핵소추안 가결이 가능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탄핵소추안 찬성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친한계 의원들의 이탈로 탄핵소추안 가결은 가시권으로 다가왔다.
식품기업 등 소비 심리에 민감한 업체들은 정치권 상황을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중이다. 앞선 두차례 탄핵 정국 당시 내수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바 있기 때문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인 2004년 1분기 소비자심리지수(CSI)는 95에서 탄핵 가결 이후 2분기에는 89로 급락했다. 이후에도 3분기 87, 4분기 85로 지속적인 악화를 보였다. 소비심리지수의 평균값은 100으로 100 이하이면 경기 전망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태블릿 PC 파문 영향 직전인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3으로 100을 상회했으나, 10월 이후 본격적인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서 11월 96, 12월 94, 2017년 1월 93으로 하락했다.
탄핵 정국 없이도 이미 올해 우리 식품기업들의 내수 시장 실적은 암담했다.
CJ제일제당(097950)은 올해 3분기 실적에서 식품사업 해외 매출은 1조40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성장했지만, 국낸 시장에서는 1조 5690억원으로 6% 줄었다.
농심(004370)은 3분기 실적에서 국내 공장의 수출이 33.5% 늘었지만, 내수에서 스낵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6%, 음료 매출이 13.8% 줄어들면서 3분기 매출은 0.6% 감소, 영업이익도 32.5% 크게 주저앉았다.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오뚜기(007310)·해태제과(101530)는 각각 3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636억 원, 119억으로 전년 대비 23.4%, 8.5% 감소했다.
카카오·배추 등 기후플레이션으로 인한 원재료 가격 등 제반 비용이 올랐고, 반면 정부는 물가 통제를 이유로 기업들의 제품 가격 인상도 억제한 영향도 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일 가능성은 있다"며 "지금도 경기 침체로 충분히 내수 시장이 좋지 않은데, 탄핵 사태로 또 내수가 얼어붙으면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다만 탄핵이 되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탄핵이 되면 오히려 소비심리가 풀릴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아직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안갯속'"이라고 평가했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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