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치솟은 장바구니 물가, 소비자 부담↑ [2024 식음료결산①]
배추·원두·코코아 가격 줄줄이 인상…이상 기후 여파로 고물가 현상 장기화
짠물 소비에도 '헬시 플레저' 트렌드는 지속…환경 고려한 소비 트렌드도 확산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올해 국내 식품 업계는 고물가의 압박이 지속된 한 해였다. 저성장 기조 속 원재룟값 상승이 이어지며 국내 식품 기업들의 가격 인상이 가팔랐고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다만 이 같은 환경 속에서도 건강과 환경을 고려한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식품 시장을 이끌었다. 올해 제로·저당 신제품이 연달아 출시됐으며 국내 주요 식품 기업들은 올해 신사업으로 식물성 식품을 낙점했다.
올해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식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했다. 이상 기후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과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및 고금리와 고환율 등 복합적인 요인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초래했다.
고물가 상황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이상 기후로 지난 9월 유례없는 폭염과 폭우로 배추 작황에 어려움이 생겼다. 그 결과 배추 한 포기당 평균 가격은 9000원에 달했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배추 한 포기가 2만 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배추값 인상은 '한국인의 필수 반찬'인 김치 대란으로 이어졌다. 배추값 인상으로 인해 포장김치 1·2위 업체인 대상과 CJ제일제당은 일시적으로 배추김치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는 김치 판매를 재개한 상태다.
커피 원두와 코코아 가격 상승도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실제 커피 산지인 베트남과 브라질에서 발생한 가뭄과 냉해로 인해 올해 원두 가격은 전년 대비 70% 이상 상승했다. 카카오는 서아프리카에서 엘니뇨 등 기상 이변의 영향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이 같은 원재료 가격 급등은 김치, 초콜릿, 커피 등 필수적인 식품의 가격 인상으로 번졌다. 실제 식품, 제과,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연이어 가격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올해 식품 시장에서는 제로 칼로리와 저당 대체당을 사용한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는 건강을 중요시하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와 맞물린 결과다. 특히 과거에는 탄산음료 등을 중심으로 퍼졌던 제로 열풍이 올해는 제과와 빙과 제품군으로 확산됐다.
제로 칼로리 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배경에는 팬데믹 이후 당 함량과 칼로리에 대한 소비자의 민감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제로 또는 저당 제품 중 아예 단맛을 없앤 제품보다는 기존 제품과 유사한 맛을 구현하는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제과업계에서 주목받은 제품 중 하나는 롯데웰푸드가 약 2년의 연구개발 끝에 업계 최초로 선보인 무설탕‧무당류 초코파이 '제로 초코파이'다. 설탕과 당류 없이도 초콜릿의 풍미를 살렸으며, 열량은 한 봉지당 110kcal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빙과 업계에서도 제로 칼로리 제품이이 이어졌다. 롯데웰푸드는 '죠스바 0kcal', '스크류바 0kcal' 등을 출시했으며, 빙그레 역시 '파워캡 블루아이스 제로', '더위사냥 제로', '생귤탱귤 제로'와 같은 제로 버전을 선보였다. hy는 장수 브랜드 '윌'의 당 함량을 70% 줄인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당밸런스'를 출시해 주목받았다.
건강을 생각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올해 주류 시장에서는 저도주와 무알콜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MZ세대 사이에서 술을 적게 마시거나 아예 마시지 않는 '소버 큐리어스' 트렌드가 자리잡은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지난해 고도주 트렌드와 반대되는 흐름이다. 지난해에는 위스키·와인 등 고도주 제품이 불티나게 팔렸다면 올해는 주류업계가 저도주와 무알콜 제품으로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다만 위스키와 같은 고도주 시장은 주춤했다. 올해 1∼9월 위스키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7% 감소한 1억7923만 달러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인 위스키의 수요가 줄고, 술을 가볍게 즐기려는 경향이 늘어 저도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격한 기후 변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인해 올해 식물성 식품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식품업계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에 발맞추어 식물성 식품을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맛과 건강을 위한 선택을 넘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 지속 가능한 소비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식물성 우유와 고기 대체 식품이 지속해서 출시되며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건강과 환경을 중시하는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와 부합하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다양한 식물성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식물성 식품 시장은 유망 가능한 시장으로 꼽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식물성 단백질 기반 대체식품 시장은 연평균 15.7%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2026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2억1600만 달러(약 28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식품 업계는 고물가와 저성장이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건강과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성장 원동력이 됐다"며 "당분간 건강을 생각하는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올해 유통 키워드는 '고물가', 'e커머스 재편', '기후플레이션'으로 압축된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속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며 온오프라인의 경쟁 구도는 심화됐다. 중국발 C커머스의 공습과 티메프 사태로 e커머스 역시 환경이 녹록잖았다. 식품업계도 글로벌 기후 이상 변화에 따른 원재료 폭등과 가격 인상이 이어지며 장바구니 부담은 가중됐다. K-뷰티 선방에도 불구하고 소비재인 의류, 화장품 업계 역시 소비 심리 위축으로 업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정국 불안까지 겹치면서 유통가는 그 어느 때 보다 혹독한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