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지라시에도 '휘청'…유통가, 매서운 '실적 한파'

주요 유통기업 줄줄이 실적 하락 맞물려 우려 제기
체질 개선 속 밸류업 등 자구안 마련…'루머' 경계

(롯데그룹 제공)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유통업계 전반으로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다. 내수 부진 장기화와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실적 경고등이 켜지면서 희망퇴직과 임원 임금 반납 등 강도 높은 고삐 죄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주요 업체들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등 자구안 마련에 한창인 가운데 이런 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이른바 지라시(증권가 정보지) 파장까지 더해지면서 업계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20일 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유동성 위기설'이 담긴 루머로 롯데쇼핑(023530)(-6.6%)을 비롯해 롯데지주(004990)(-6.6%), 롯데케미칼(011170)(-10.2%) 등 주요 계열사 주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19일에도 롯데지주는 전일 대비 0.73%, 롯데케미칼 1.97%, 롯데칠성 1.81% 등 소폭 반등하는데 그쳤으며 롯데쇼핑은 0.17%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롯데 유동성 위기' 골자는 △12월 초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 선언 △차입금 39조 원 △ e커머스 계열사 롯데온, 수조 원대 적자 △유통계열사 중심 전체 직원 50% 감원 등이다. 루머 확산 논란에 롯데는 "사실무근"이라고 즉각 공시했지만 시장 불안감에 따른 주가 파장은 거셌다.

롯데그룹 측은 △39조 원은 차입금이 아닌 롯데그룹 11개 상장사 3분기 기준 총 부채 규모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로, 한국 롯데그룹 경영에 관여하지 않음 △롯데온은 2020년 출범 후 누적 적자 5348억 원 등 조목조목 반박했다.

롯데 관계자는 "총 부채 항목에는 차입금과 더불어 매입채무, 미지급금 등 차입금과 관련 없는 항목이 포함돼 있어 실제 차입금 규모는 39조 원 보다 적으며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등을 감안한 순차입금비율은 더 낮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롯데건설 미분양 위기에 대해서도 "서울 및 수도권 중심 분양이 많아 미분양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롯데 유동성 위기설 파장을 둘러싸고 업계 전반으로 확산 조짐을 경계하고 있다. 주요 업체들도 실적이 줄줄이 하락세인 데다 희망퇴직 등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추가 루머 확산을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실제로 유통 부문을 주요 계열사로 둔 롯데, 신세계(004170), CJ(001040)를 비롯해 현대백화점(069960), GS리테일(007070) 등은 3분기 실적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신세계는 연결 기준 매출(+4%)은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29.4% 감소했다. CJ 역시 계열사 실적 여파로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GS리테일(-24.1%)과 현대백화점(-12.7%)도 적자다. 롯데쇼핑의 경우 영업이익(9.1%)은 증가했지만 백화점(-8%), 롯데온(-192억 원)의 적자가 이어졌다.

그러나 녹록잖은 업황 속에서도 업체마다 계열사별 중장기 전략을 담은 기업가치 제고 정책과 사업 분리/매각 등을 통한 체질 개선에 고삐를 죄고 있다.

2025 인사 핵심 역시 '쇄신' 중심의 인력 재정비에 무게가 실린다. 신세계, CJ 등에 이어 롯데가 이달 말 인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강도 높은 쇄신안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롯데발 루머'에 대해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50% 이상의 인력 구조조정은 낭설이라 판단한다"면서 “유동성 리스크가 있는 회사가 경영진이 앞장서 배당성향 상향, 중간배당 실시 등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된 밸류업 정책을 발표할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lil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