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사모펀드가 인삼공사 인수?… "FCP 제안, 현실성 없는 무리수"
FCP 인삼공사 인수제안, 단기 시세차익만을 노린 기업 흔들기란 비판도
"정관장은 이미 국가 대표 브랜드…마누카 꿀, 마오타이와 비교 부적절해"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최근 외국계 사모펀드가 KGC인삼공사 인수를 제안하면서 업계에서는 단기 차익을 노린 기업 흔들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시라이트 캐피털 파트너스(FCP)'는 지난달 13일 KGC인삼공사를 1조9000억 원에 인수하겠다는 인수의향서(LOI)를 KT&G 이사회에 발송했다.
8일 FCP의 인수 제안을 두고 업계에서는 "시장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FCP는 "고려인삼이 뉴질랜드의 마누카 꿀이나 중국의 마오타이주처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정관장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두 브랜드를 앞선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기준 글로벌 마누카 꿀 시장 규모는 4억5540만 달러(약 5980억 원)이며 2022년 글로벌 인삼 시장은 24억7000만 달러(약 3조1390억 원)로 5배 이상 크다. 마오타이주의 경우에도 중국 내수 시장에 치중돼 있어 글로벌 비교가 부적절하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도 FCP의 제안을 현실성 없는 '무리수'로 해석하는 의견이 있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FCP가 1조9000억 원을 지불할 신용을 보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며 인삼공사 사업에 진심인지도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FCP가 과거 KGC인삼공사 인적 분할을 시도하며 인삼 사업 경험이 부족한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을 대표로 추천하고 이사 보수 한도를 연간 영업이익의 약 10%에 해당하는 100억 원으로 설정했던 전례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는 회사의 장기적 비전보다는 단기적 차익을 노린 것이라는 의심이 나온다.
실제 KGC인삼공사는 1999년 KT&G의 전신인 담배인삼공사에서 분리된 이후 꾸준히 성장해왔다. 2023년 KT&G의 건강기능식품 사업부문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18% 증가했고, 전체 매출에서 글로벌 비중은 전년의 20.5%에서 24.2%로 증가했다. 미국 스프라우츠·일본 웰시아 등 주요 해외 유통채널에 진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KT&G는 NGP(전자담배)와 글로벌 CC(해외 궐련) 사업과 함께 건강기능식품을 3대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KGC인삼공사는 KT&G의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계약재배 시스템을 운영하며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이 1% 남짓한 지분을 앞세워 경영에 무리하게 간섭하는 등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은 고려하지 않고 단기적인 이익만을 쫓음으로 인해 기업활동을 저해할 수 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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