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기후위기에 첫 '11월 옥수수' 선뵌 이마트…수확 현장 가보니

초당옥수수 실패끝 찰옥수수 하루치 물량 첫 성공…찬바람에 찰기↑
정상품 30% 건져…"내년엔 수확 앞당기고 재배면적도 확대"

김갑곤(오른쪽), 최문영 이마트 채소바이어가 충북 괴산 협력농가에서 4일 갓 수확한 찰옥수수를 들어 보이고 있다(이마트 제공).

(괴산=뉴스1) 서미선 기자 = 굽이굽이 산길을 차로 올라 해발 400m 남짓 준고랭지에 들어서니 배추밭 사이로 때아닌 옥수수밭이 나타났다.

통상 옥수수는 4월 씨를 뿌리고 7~8월엔 수확을 마치는데, 이마트(139480)가 계약한 충북 괴산군 지역 2000평(6612㎡) 규모의 이 밭은 이달 4일에야 수확에 들어갔다. 일반적 파종 시기보다 늦춘 8월에 씨를 뿌려서다.

이는 '기후 위기' 속 채소 고물가가 지속되며 이마트가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4일 오전 7시께부터 시작된 이 밭의 찰옥수수 수확 현장을 찾았다.

김갑곤 이마트 채소바이어는 "10~12월은 제철 채소나 과일이 많이 없어 물가가 오르고 딸기, 귤 등 판매 품목도 한정적이라 3년 전부터 '겨울에도 간편하게 간식처럼 먹을 수 있는 채소가 없을까' 고민하다 찾은 게 남녀노소 모두 선호하는 옥수수였다"고 말했다.

여름 대표 간식인 옥수수는 4월 파종해 7월 중순~8월 초 수확해 판매하는 게 보통이다. 9~10월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수입산이나 냉동 보관해 둔 옥수수를 해동해 먹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는 생옥수수보다 향과 맛이 덜하다.

여기다 기후변화로 갈수록 9~10월 날씨가 따뜻해지자 김 바이어는 옥수수를 여름 말미 파종해 11월 수확해 먹을 수 없을까 고민했고, 초창기엔 젊은 층이 선호하는 초당옥수수를 협력 농가와 테스트 재배하기 시작했다.

벌레를 먹어 갈아엎은 초당옥수수 밭을 보여주는 김 바이어(이마트 제공).

하지만 초당옥수수는 높은 당도와 향 때문에 병충해 피해가 커 2년간 재배가 모두 실패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올해는 찰옥수수를 다시 시도했다. 그 결과 알맹이가 단단해 병충해 피해도 줄고 폭염 뒤 착과가 돼 피해를 면했다.

초당옥수수도 8월 같이 심었지만 날이 더워 빨리 크면서 단내에 벌레, 꿀벌까지 꼬여 정상품 수확엔 성공하지 못했다.

밭에서 딴 찰옥수수 알을 떼어먹어 보니 생이라 조금 퍼석했지만 수분기가 있고 단맛이 났다. 김 바이어는 "알이 차는 시기에 일교차가 커 천천히 자라 당도가 높고, 품질이 여름처럼 고르진 않지만 찬바람을 맞고 자라 찰기가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찐 옥수수는 알맹이를 으깨니 밥알처럼 끈끈한 기가 돌았다.

밭에서 수확해 포대에 담은 옥수수는 선별만 7~8년 해온 경력자들 손으로 넘어가 정상품과 B급으로 분류된다. 위쪽 알맹이가 다소 쪼글쪼글한 옥수수들은 모두 B급으로 던져졌다.

수확한 찰옥수수를 선별하고 있다. 왼편의 정상품에 비해 가운데 쌓인 B품의 양이 더 많다(이마트 제공).

이렇게 수확한 약 4톤 중 1.2톤 정도, 30% 내외가 정상품으로 전국 100여개 이마트 점포에 입점한다. 소규모 물량이다 보니 5일 단 하루 시범 판매할 예정으로 총 135박스(30입 내외, 약 9kg)가 전국 점포에 나뉘어 들어간다. 가격은 개당 1580원으로 책정했다.

김 바이어는 "추워서 수분이 빠져나가 옥수수 알맹이가 쪼그라든걸 '눈을 감는다'고 하는데, 내년엔 이런 B품을 줄이기 위해 일주일가량 수확 시기를 앞당기고 밭 면적도 10배 키워 일주일 치까지는 물량을 확대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초당옥수수는 파종 시기를 앞당겨 소규모만 다시 시도해 볼 공산이다.

그는 "지난해까진 아무것도 못 건졌는데 올해는 3분의 1이나 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맛만 보고 나면 분명 재구매는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겨울 간식으로 햇옥수수 수요가 생기면 1년 365일 연중 나오는 다른 채소처럼 옥수수도 '연중 먹을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이마트는 기대했다.

수확해 바로 찐 찰옥수수(이마트 제공).

이 밖에도 이마트는 기후변화에도 농산물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7월 말부터 실내 스마트팜에서 키워 출시한 '잎으로만 고수'다.

고수는 대부분 노지에서 재배해 기후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크고 향이 강해 잔류농약 이슈도 주기적으로 발생하는데, 스마트팜은 안정적 품질의 상품을 동일 가격에 운영이 가능하다.

양채소(서양채소)를 담당하는 최문영 바이어는 "스마트팜으로 길러내는 채소 물량이 아직까진 크지 않지만, 가격 안정을 위해 비중은 앞으로 더 늘릴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smi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