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승부수 '계열 분리'…'리틀 이명희' 정유경 정면 등판
정용진號 첫 인사서 선택과 집중으로 '계열 분리' 결정
잡음 없는 승계 작업…책임경영 강화로 '新 신세계' 속도
- 김명신 기자
우리 그룹은 20년간 국내 유통 시장을 선도해 왔으며 10년간 치열하게 경쟁했고현재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그룹을 돌아보고 고객을 바라보며뼈를 깎는 쇄신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신세계(004170)그룹의 이번 인사는 정용진 회장의 결단이 담긴 '메시지'라는 평가다. 유통업계 업황 장기화로 생존을 향한 선택과 집중의 '뚝심'이 담긴 인사로 해석된다.
핵심은 과감한 '계열 분리'다. 그룹의 두 개 중심축인 이마트(139480)부문과 백화점부문으로 분리해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신세계는 정유경 회장이 전면에 나선다. 책임경영 강화를 위한 포석이다.
무엇보다 이번 인사가 고무적인 대목은 '잡음 없는 승계'라는 점이다. 재계 승계를 둘러싸고 '경영권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신세계 남매'는 자연스레 지배구조를 완성시키며 '신세계 유니버스' 비전에 본격적인 시너지를 예고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전날인 30일 정용진 회장 체제 첫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정용진 회장이 강조했던 '신상필벌'(信賞必罰) 원칙하에 '계열 분리'라는 핵심 카드를 내놓으면서 경영 쇄신의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신세계는 지난 3월 정용진 호(號)를 출범시키며 강도 높은 쇄신 작업이 한창이다. 실적이 부진한 최고경영자(CEO)의 수시 교체와 새로운 핵심성과지표(KPI)를 도입하면서 그룹 구조조정과 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 중추인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채양 호(號)를 띄우며 '통합 이마트'를 본격화하는 한편, SSG닷컴과 G마켓 등 e커머스의 체질 개선과 신세계프라퍼티 등 수익성 위주의 사업 재편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신세계 유니버스'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 핵심인 '계열 분리'가 책임경영과 본업 경쟁력 강화인 만큼, 신세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신세계의 '남매경영'은 이미 2011년 이명희 총괄회장이 이마트와 백화점을 분리하면서 시작됐다. 2019년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을 신설한 후 2020년 이 총괄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증여하면서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지분 18.56%,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 지분 18.56%로 지배구조의 정리와 '투톱체제'를 예고했다.
특히 파격적인 이번 인사에서도 반영된 정용진 회장의 '인재 경영'은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인재 제일' 경영 원칙과 맞물린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신입사원 그룹 입문 교육 수료식에서 선대회장의 가르침을 상기하며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경쟁력 확보의 첫 단추"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1995년 입사해 2006년 그룹 총괄 부회장에 이어 수장으로 나선 정 회장은 이 총괄회장을 대신해 20년 가까이 경영 전반에 나서면서 '인재 등용'을 강력한 리더십의 원천으로 계열사 전방위 쇄신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유경 회장 역시 이 총괄회장의 뒤를 이은 행보로 주목된다. 1997년 삼성그룹에서 독립한 신세계그룹 초대 회장이자 1세대 여성 수장인 어머니에 이어 회장직에 오른 정 회장은 국내 주요 200대 그룹, 60개 주요 중견기업 중 1970년 이후 출생한 첫 여성 회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1996년 조선호텔 상무로 시작해 2009년 신세계 부사장, 2015년 ㈜신세계 총괄사장을 역임하며 백화점 본업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 왔다. 신세계백화점은 연간 매출 2020년 1조7810억 원에서 지난해 2조 5570억 원으로 끌어올렸다. 신세계그룹의 초석을 다진 신세계백화점 회장직에 오르면서 그룹 내 지배력 강화와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용진, 유경 남매 체제를 본격화한 신세계는 2025년 그룹 차원으로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익 극대화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그룹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 분리를 통한 새로운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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