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으로 올라온 '검은 반도체'…김 육상 양식 나서는 업체들 속사정
김 점유율 1위 김 육상 양식 기술 개발…풀무원·대상도 진행 중
기후변화 영향 없이 사계절 내내 생산 가능…"상용화 시간 걸려"
- 이형진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기후변화로 인한 공급 불안에 김밥 등 K-푸드의 인기로 김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김을 바다가 아닌 땅에서 키우는 '육상 양식'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동원F&B(049770)는 최근 제주테크노파크 용암해수센터와 김 육상 양식 기술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 시장 점유율 1위의 동원 F&B는 향후 제주도 용암해수의 장점을 살려 김을 비롯한 해조류의 스마트 육상 양식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동원F&B에 앞서 풀무원(017810)은 2021년부터 육상 양식 김 개발에 착수했고, 올해 3월부터 시험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풀무원 비건 인증 레스토랑 '플랜튜드'에서 육상 양식 김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대상(001680)도 지난해 김 육상 양식 기술 개발을 시작했고, 20억 원가량을 투자해 기술 개발에 나설 전망이다.
김 육상 양식은 말 그대로 김을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양식하는 기술이다. 바이오리액터(생물반응조)로 불리는 큰 수조 안에서 김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방식이다. 바다에서 양식하는 것과 달리 갯병(김에 발생하는 기생성 질병) 없이 사계절 내내 김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은 추워지기 시작하는 가을 채묘를 시작해 여름이 시작되기 전 수확을 마치는데, 겨울철 고온 현상이 발생하면 갯병에 걸리기 쉽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2024년산(2023년 10월~2024년 5월) 김 생산량은 1억4970만속으로 전년 대비 6% 늘었지만, 여전히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김은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일본도 생산하는데, 이들 국가는 기후변화로 흉작을 겪었고, 반대로 냉동김밥 등의 인기로 김 수출량은 늘어난 탓이다.
올해(1~9월) 김 수출액(HS 코드 121221 기준)은 3억 9264만 달러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아직 9월인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1년 수출액인 3억 5488만 달러 수준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전국 김 도매가격은 속당 1만 1442원으로 지난해 9월 6413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김 시장은 건강식품 트렌드와 K-푸드 열풍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개발 비용이 적진 않지만, 기후변화 리스크 없이 꾸준한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 혁신은 필수인 상황이다.
육상 김 개발을 시작한 업계 관계자는 "커다란 바다에서 양식하는 김을 육지로 옮겨와 키우는 기술은 수조를 크게 키워도 쉽지 않아 상용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미래 세대를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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