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배춧값 안정' 홍보 열정만큼 기후변화 적응 대책도 찾아야

부처 출입 아닌 기자에게도 "10월 하순부터 배춧값 안정" 홍보
기후변화 적응 대책 펴고 있지만, 5년간 연구 용역 1건 아쉬워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배추를 구매하는 모습. 2024.10.2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이거 스팸메일 아니죠?"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지난 21일 퇴근 시간 무렵 '농식품부 기자실'이 보낸 메일을 보고 농림축산식품부를 출입하는 타 부서 후배에게 물었다. 공공기관을 사칭한 스팸메일이 아닐지 우려에서였다.

다행히 메일은 스팸이 아닌 농식품부의 공식 메일이었다. 최근 배춧값 관련 기사가 이어지면서, 농식품부는 부처 출입 기자가 아닌 유통 담당 기자들에게도 보도참고자료를 보낸 것이었다.

메일 제목은 '배추 도매가격은 하락세, 10월 하순부터 가격 안정 전망'으로 관련 인포그래픽도 포함했다. 송미령 장관의 관련 인터뷰 일정까지 소개하면서 물가 안정 홍보의 진정성을 보였다.

충분한 도움은 됐다. 물가 안정에 대해 농식품부는 홍보가 필요했을 것이고 향후 배춧값 관련 기사를 쓸 때 참고가 되겠다 싶었다.

다만 밥상 물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질지는 의구심이 들었다.

배춧값 인상의 주된 요인은 기후 변화 탓이다. 저온성 채소인 배추는 지속된 고온과 집중호우로 공급량이 감소했다. 배추뿐 아니라 상추, 무, 토마토, 시금치, 깻잎 등 농작물 전반에서 공급 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기후로 인해 농작물 작황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아프리카 가뭄으로 카카오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커피 원두도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이형진 기자 ⓒ 뉴스1

물론 글로벌에서 발생한 기후 위기 문제를 우리나라의 일개 부처가 해결할 수는 없다. 여기서 기후변화 '적응' 대책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완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는 '적응'으로 나눈다. 완화 정책은 전 세계적 노력이 필요하지만, 적응 대책은 정부 부처별로 세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미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근거에 5년 단위로 기후변화 적응 대책을 내고 있고, 농식품부도 이에 따라 2009년부터 관련 대책을 추진 중이다. 농식품부는 새로운 재배 적지 개발, 기후 적응형 품종 육성, 인프라 스마트화 등을 내세웠다.

그럼에도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농식품부의 기후변화 관련 용역 연구는 올해 초 1건 외에 최근 5년간 전무했다.

비단 연구 용역의 개수 만이 부처의 정책 노력 수준을 평가할 도구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능한 한 더 정확하게 리스크를 파악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충분한 수준의 연구는 필요하다.

당장 국민의 마음을 사기 위한 물가 안정 대책도 정부의 역할이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기후변화 적응 대책 부분에서도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