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내 정산 의무화…e커머스 업계 "'피터팬 신드롬' 우려"
"신생 업체들 자금 유동성 막혀 성장 동력 저해"
업계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 가능성 주시
- 윤수희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대형 e커머스 사업자가 소비자의 구매 확정일로부터 20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정산해야 하는 내용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18일 발표됐다.
e커머스 업계는 우선 1년간의 유예기간이 있고 △정산 기한 20일 △판매대금의 50% 별도 관리 등을 제시한 정부 방안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앞서 함께 논의됐던 △정산 기한 10일 △100% 별도 관리 등의 방안보단 느슨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티몬·위메프 사태의 문제를 업계 전체로 일반화시켜 규제에 나선 것에 대해선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성장 동력이 저해될 뿐 아니라 한동안 잠잠했던 '온라인 플랫폼법' (온플법) 논의가 재개되는 등 규제 강화의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방안은 국내 중개거래 수익(매출액)이 100억 원 이상이거나 중개거래 규모(판매금액)가 1000억 원 이상인 온라인 중개거래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들은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한 날로부터 20일 이내 직접 혹은 결제대행업체(PG사)가 관리하는 판매대금을 입점 사업자와 정산하며, 판매대금의 50% 이상을 금융기관에 별도로 예치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에 대해 A 업체 관계자는 "최소한의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임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여전히 대다수의 e커머스 기업이 개정안보다 빠른 정산 및 유의미한 대금 관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 볼때 실효성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e커머스 업체들은 이미 정산 주기나 판매대금 관리에 있어 규제에 벗어나 있는데, 오히려 자금 유동성이 원활하지 않은 신생 업체들의 성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벤처기업협회는 정부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중소 e커머스 기업 역시 강화된 규제의 잠재적인 대상이 된다"며 "정상적인 사업 확장과 혁신을 추진하게 어려워지고 결국 산업 전체의 줄폐업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반발했다.
B 업체 관계자는 "매출이 100억 원 또는 중개거래 규모 1000억 원에 육박한 오픈마켓 업체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길 꺼리는 '피터팬 신드롬'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규제를 시작으로 정부가 e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규제에 더욱 고삐를 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C 업체 관계자는 "이번 방안은 한 기업만의 경영상의 문제를 업계 전반의 문제라고 여기는 시각이 반영됐다"며 "대기업유통업법을 시작으로 온플법 등 e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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