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맨몸운동" 옛말…크루 보란듯, 100만원 차려입고 인증샷
패션도 '러닝코어'…러닝 장비 매출 작년 대비 1000%↑
신흥 브랜드 돌풍·전통 강호 선전…러닝화 시장 1조 돌파
- 김진희 기자
"10년 넘게 아침마다 조깅하는데 예전보다 뛰는 사람이 많아졌어요.비싼 장비를 착용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자기가 뭘 입었는지 자랑하는 콘텐츠도 생겨나면서 오랫동안 러닝을 해 온 입장으로서는 새삼스럽네요."직장인 이모씨(35·남)"핫플'이 아닌 지역임에도 러닝크루가 부쩍 늘었어요.러닝이 가성비 좋은 '맨몸운동'이라는 것도 다 옛말인 것 같아요."직장인 서모씨(37·여)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최근 '오런완'(오늘러닝완료), '러닝코어'(러닝복을 일상복으로 입는 패션 트렌드)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러닝이 인기몰이다.
인크루트가 직장인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인 여러분, 운동하십니까'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인기 있는 운동은 헬스(30.9%)였으며 걷기(21.6%), 러닝(12.0%)이 뒤를 이었다.
이어 필라테스·요가(8.1%), 홈트레이닝(7.5%), 수영(5.1%), 축구 등 단체 구기종목(3.1%), 테니스·배드민턴(2.9%), 골프(2.9%) 등의 순이었다.
코로나19 기간 러닝, 골프, 테니스, 등산 등 아웃도어 스포츠 열풍이 불었지만 최근 골프, 테니스 거품은 꺼진 반면 러닝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러닝 관련 브랜드도 다수 떠오르고 있다. 살로몬, 호카, 온러닝 등 신흥 러닝화 브랜드를 비롯해 아식스와 같은 복고풍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실제 매출, 거래액에서도 드러난다. 지난달 신세계백화점 '스포츠 슈즈' 장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5% 성장했다. 스포츠 슈즈 장르에는 러닝화가 포함돼 있다.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서도 러닝 관련 제품 거래액은 1년 전보다 1000% 가까이 신장했다. 최근 2주간인 9월 23일~10월 6일 러닝화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952% 폭증했다. 같은 기간 △러닝 221% △무릎 보호대 87% △스포츠 선글라스 84% △애슬레저 51% 등도 거래액이 증가했다.
고가의 러닝복, 러닝화, 러닝 장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찐' 러너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브랜드 장비를 기준으로 △새티스파이 상의 20만~60만 원대 △새티스파이 하의 29만~68만 원 △새티스파이 조끼 약 50만 원 △UVU 모자 10만 원대 △디스트릭트비전 아이웨어 40만~50만 원대 등 기본적인 장비만으로도 수백만 원에 달한다.
명품 브랜드 간 협업 사례도 잇따른다. 스위스 러닝화 브랜드 온러닝과 스페인 럭셔리 브랜드 로에베가 협업해 선보인 스니커즈 '클라우드틸트 2.0', 프랑스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살로몬과 메종 마르지엘라의 컬래버 제품 'MM6 메종 마르지엘라 x 살로몬 X-ALP'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온라인상에는 이른바 '러닝화 계급도'도 등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다나와와 러닝 블로거 닉네임 멸치의 자문으로 만들어진 계급도다. 월드클래스, 국가대표, 지역대표, 동네대표, 마실용, 입문용으로 구분됐다.
달리기가 '크루'를 중심으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고가 상품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현상을 만들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에는 캠핑, 등산, 골프, 테니스 등에서 장비 욕심을 냈다면 이제는 그 열기가 러닝으로 넘어온 것.
'인증샷 문화' 역시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긴다. SNS상에 러닝 관련 인증샷을 쉽게 볼 수 있다. 인증샷을 찍느라 통행에 방해가 되자 서울 한 자치구는 트랙 내에서 5인 이상 단체달리기를 제한하는 내용의 이용규칙을 시행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등에 따르면 국내 운동화 시장규모는 약 4조 원이다. 이 가운데 러닝화 규모는 1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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