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가격제 역풍]④ 배달甲 폐단…"정부가 강제화 적극 나서야"
배달플랫폼 수수료→이중가격제…'가격 차별화' 확산 우려
"원가분석·수수료 제한·영세업체 우대 등 정부 개입 필요"
- 김명신 기자
독과점업체가 수수료를 올리면 이용자는 저항하지 못하고 결국 노예가 됩니다.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이 수수료 제한을 규제하는 이유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3%만 넘어도 힘들다고 합니다. 그런데 배달 수수료가 30%를 넘는다는 것은 너무 높지 않나요. 정부는 수수료 자체를 규제하거나 수수료 인상률을 규제해야 합니다. -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2만 원 팔면 배달 수수료만 6000원.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의 '배달 대행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7월 출범한 상생협의체는 이렇다 할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한 채 3개월 넘게 표류 중이다.
갈등이 장기화 되며 비정상적인 수수료의 '갑을관계'까지 만들어 냈고 '이중가격제'라는 또 다른 논란까지 만들어냈다.
일각에서는 독과점 강자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자유시장 경제를 저해한 '시장 실패'(Market Failure)로 평가한다. 업계는 정부가 적극적인 강제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 수수료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이중가격제에 대한 우려 배경으로 소비자와 업체 간 갈등,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가변가격제)으로 인한 가격 인상 여파 등이 거론된다.
이중가격제를 사전에 알지 못한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면서 '불매' 피해는 고스란히 입점업체가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매장과 배달 가격 차에 따른 가격 인상으로 인식돼 '배달비 무료의 배신'의 주체가 되고 있는 셈이다. 입점업체들이 배달 플랫폼을 폭로하고 나선 배경이다.
입점업체가 배달 플랫폼 '배달의 민족'에 내는 수수료는 세 가지다. 지난 8월 9.8%로 올린 '중개이용료'와 라이더 지급 명목인 '배달료', 배민의 PG 결제 '대행사 수수료'(3.3%)다.
이를 모두 합하면 30% 달한다. 중개이용료의 경우 월 8만 원 정액제를 이용하면 '무료배달'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해 건당 이용료(9.8%) 선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배달료도 2900원을 의무화하면서 업체 수수료 비중이 증가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격 인상 촉발이다. 이중가격제는 가격을 낮춘 차등제가 아닌 배달을 '서비스'로 보고 가격에 포함해 다양한 가격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가변가격제 성격이다.
향후 배달 수수료 인하 여부와 상관없이 가변가격제가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결국 부담은 소비자 몫이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산업 성장 위축도 우려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슈퍼마켓(SSM 등)이 1~2인 가구의 장보기 채널로 자리 잡고 있지만 배송 경쟁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점은 기대감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업계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강제화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카드 수수료가 여신금융협회의 적격비용을 통해 산출하는 만큼 배달 수수료도 원가분석을 통해 적격비용을 산출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영세업체 우대 등의 정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생계를 위해 배달앱 보이콧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배달 플랫폼은 수수료 정상화를 위한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던지 전략적인 수정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중가격제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수료를 플랫폼과 입점업체가 나눠 부담하지 않은 것의 폐단"이라면서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결국 소비자 이용 감소로 가장 먼저 플랫폼에 부정적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lil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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