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가격제 역풍]① "배달수수료, 더는 못 참아" 갈등 고조
소비자, "더 비싸게 파는 이유 몰라 안 시켜 먹는다"
프랜차이즈협회, "이중가격제 하고 싶은 생각 전혀 없어"
- 이강 기자
고생해서 100만 원어치 팔면 10만 원도 안 남아요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프랜차이즈 업계에 이중가격제 도입이 확산되자 소비자와 가맹점주의 불만이 함께 고조되고 있다.
이중가격제는 같은 메뉴의 매장 판매가와 배달 판매가를 다르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은 "같은 메뉴임에도 왜 가격 차이를 두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중가격제를 도입한 업체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반면 입점업체들은 소비자를 등 돌리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배달수수료로 인해 이중가격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울산시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정 모 씨(52)는 "배민으로 100만 원어치 팔 경우 10만 원도 채 남지 않는다"며 "수수료가 나가는 만큼 배달 메뉴 가격을 높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KFA)는 지난달 27일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독과점적 시장 지위를 이용해 배달앱 이용료를 2차례 대폭 인상한 점 등이 이유다.
협회에 따르면 배달플랫폼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은 2022년 3월에 6.8%로, 지난 8월에는 9.8%로 2차례에 걸쳐 수수료를 인상했다.
수수료 인상 영향으로 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대부분 올해 이중가격제를 도입했다.
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KFC·파파이스 등에 이어 SPC그룹에서 운영하는 쉐이크쉑도 배달 가격을 매장 판매가에 비해 700원에서 1000원가량 비싸게 책정했다.
가성비로 유명한 한솥도시락도 지난 1일 이중가격제를 도입했다. 배달 매출의 약 30%를 플랫폼에 지불하게 돼 가맹점 수익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대형 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중 유일하게 이중가격제를 적용하지 않던 맘스터치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맘스터치 관계자에 따르면 "점주 협의회에서 올해 7월 이중가격제 도입을 요청받은 상황이지만 가격 인상에 준하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올해 안에 직영점을 대상으로 가격 이원화 테스트를 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치킨 업계는 프랜차이즈협회와 배달앱 간 협상 결과를 본 뒤 이중가격제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올해 7월 수수료 부담 완화 논의를 위한 '배달 플랫폼-입점 업체 상생협의체'를 출범하고 5차례 회의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 "이달 내 합리적인 개선안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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