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가격제 역풍]② "여태 무료 배달인줄"…소비자들 왜 뿔났나

일찌감치 도입한 이중가격, 늑장공지로 소비자들 혼란 가중
"이중 가격 꼼수 불공정" vs "높은 배달 수수료가 문제" 엇갈린 반응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배달 기사들이 음식을 가져가고 있는 모습. 2024.7.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합당한 배달비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하지만 무료 배달인 줄 알고 주문했는데, 알고 보니 더 비싼 가격을 지불했다니 속은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최근 배달앱과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배달 수수료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프랜차이즈가 배달비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이중가격제'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들은 높은 배달 수수료 부담으로 인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알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분개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맥도날드·버거킹·KFC·한솥도시락 등 프랜차이즈 업체는 배달앱에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이 상이할 수 있다"는 안내문을 게재하며 이중가격제 시행 사실을 고지하고 있다.

이중가격은 과거부터 배달앱 입점 업체들이 암암리에 사용해 온 관행으로, 배달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일한 메뉴를 일반 매장 가격보다 비싸게 설정해 판매해 온 방식이다. 그러나 롯데리아 등 프랜차이즈 업계가 공식 웹사이트에 이중가격 안내문을 게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거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배달 비중이 급증하면서 배달 구성비가 커지고 기타 제반 비용이 증가했다"며 "가맹점주들은 매출을 유지하더라도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이중가격 도입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 News1 DB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찌감치 이중가격을 도입해 온 맥도날드·버거킹·KFC는 최근 논란이 커지고서야 주요 배달앱에 매장 가격이 다를 수 있다는 안내문을 게재했기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미 이중가격제를 운영해온 업체들이 이제야 이를 알리는 것은 '늑장 공지'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롯데리아는 과거 한국소비자원의 권고 조치로 3년간 매장과 배달 주문 가격을 동일하게 운영해 왔으나, 최근에서야 이중가격을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

배달앱 VIP 회원인 A 씨는 그간 무료 배달 서비스를 기대하며 주문했으나 실제로는 배달료가 포함된 가격을 지불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배신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가맹점이나 자영업자들이 높은 배달 수수료로 인해 배달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을 이해한다"면서도 "소비자에게 정당하게 알리지 않고 이중가격을 적용해 온 것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높은 배달 수수료로 이중가격 도입을 이해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B 씨는 "배달 수수료가 결국 음식값 상승의 주원인인 만큼 이중가격을 도입한 프랜차이즈만 비난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이중가격을 공지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중가격이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지만 사실 이는 코로나19 시기부터 시행된 정책으로 높은 배달 수수료를 감당하기 위한 일종의 방편에 불과하다"며 "근본 원인은 높은 배달 수수료에 있다. 따라서 배달 수수료 상한선 제한과 같은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