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가루쌀 늘린다는데…식품업계, 함유량 비난·가격 압박 '난색'
공급가 여전히 장벽…밀·설탕 등 원재료 가격 압박도 부담
"신제품 등 제품 개발 나섰지만 수급량·지원 혜택 등 필요"
- 김명신 기자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정부가 쌀 소비 위축에 따른 대응 정책 일환으로 '가루쌀' 사업 확대에 나선 가운데 식품업계는 높은 공급가와 공급량 불확실성 등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밀, 설탕 등 기초 원재료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루쌀은 여전히 밀가루 대비 1.5배에서 2배가량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식품업체가 가루쌀 활용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는 것은 물론 정부의 제품 가격 유지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바로미2 쌀가루 4만 톤을 수매할 계획이다. 2019년 가루 전용 쌀 품종으로 개발된 바로미2는 바로 빻아 가루를 생산해 일반 멥쌀 제분 비용의 절반 수준이다.
밀가루와 구조가 비슷해 대체품으로 주목받으면서 정부는 가루쌀 제과·제빵 신메뉴 개발 지원사업을 확대해 쌀 가공산업 시장을 2028년까지 17조 원대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정부의 쌀 소비 정책과 맞물려 식품업체들도 가루쌀 활용 제품을 내놓고 있다. 오뚜기(007310)는 지난 26일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만든 '비밀카레'를 출시했으며 앞서 CJ제일제당(097950)도 가루쌀로 만든 '비비고 우리쌀 만두', 신세계푸드(031440)는 가루쌀 등 100% 식물성 원료를 섞은 우유 대체용 음료 '유아왓유잇 식물성 라이스 베이스드'를 선보였다.
오리온의 경우 농협과 합작 법인 '오리온농협'을 설립해 '뉴룽지' 등 쌀로 만든 제품을 생산 중이다. 농심(004370)도 가루쌀을 활용한 '별미볶음면 매콤찜닭맛'을 선보였다.
업체들은 가루쌀 활용 신제품 개발 등 활용 방안에 대해 모색에 나서고는 있지만 여전히 높은 공급가에다 제조 과정이 주류나 발효식품 대비 까다롭다고 지적하고 있다.
A 업체 관계자는 "정부 정책인 만큼 동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는 하고 있지만 가루쌀 배합에 따른 면이나 과자틀 특성상 구조적 한계 때문에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활용이 쉽지 않다"며 "높은 공급가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B 업체 관계자도 "해외에서 대량 생산되는 밀 가격과 비교해 여전히 비싼 편으로, 과자 가격 동결 압박 속에서 단가를 맞추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업계로, 설탕과 유지류 등이 크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가루쌀 활용은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공급량 예측도 어려워 신제품 개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높은 공급가도 부담이지만 문제는 물량 확보의 불확실성"이라면서 "확보할 수 있는 양이 많지 않아 신제품 출시는 어렵고 한정판 위주로 선보일 수밖에 없다. 한시적 판매를 위해 연구 개발이나 라인을 투자하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고 짚었다.
일부 쌀 함량 미달 논란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함량 조정은 그 제품이 가장 좋은 맛을 내기 위한 최적의 양"이라면서 "쌀 단가 부담에 따른 함량 부풀리기식으로 몰아가기에는 무리수"라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40억 원을 투입해 식품기업 등 업계와 가루쌀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가루쌀은 신품종인 만큼 초기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공급가 지원 등 업계와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는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편으로 원가 부담이 크다"면서 "쌀 소비 활성화 취지는 좋지만, 기업형 대량 생산에 맞춘 생산량 공급이나 수출 증가로 글로벌 기업과도 경쟁에 나서는 만큼 국내 식품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lil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