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이은 몸캠피싱" 신종 악질범죄 어떻게 대응하나

'사이버금융범죄? 디지털성범죄?' 범죄분류 통일 필요 지적
민간 대응업체 선택시 사무실·자체기술력 여부 등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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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한국에 보이스피싱이 처음 등장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범죄 누적 발생 건수는 27만8200건, 누적 피해 금액은 3조8681억 원이다.

범죄 1건당 피해 금액은 2019년 1699만 원, 2021년 2500만 원으로 증가 추세다. 피해자를 궁지에 몰아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하는 등 '경제적 살인'이라고도 불린다.

보이스피싱과 궤를 같이하는 범죄로 '몸캠피싱'이 있다. 동영상, 이미지 등 성적 콘텐츠 교환을 유도한 뒤 악성파일을 통해 피해자 연락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정보를 획득해 유포를 빌미로 금전을 갈취하는 범죄다.

정보통신기술 발달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범죄인 몸캠피싱은 애정과 친밀함이라는 키워드로 피해자를 유인해 피해를 만들어내고 있다.

범죄자들은 수사망 회피 등을 이유로 중국 등 해외 거점을 두고 활동해 왔으나 최근 국내에 거점을 둔 대규모 범죄조직이 검거됐다.

국내 거점 범죄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가운데 '2023 경찰청 사이버 금융범죄 현황'에 따르면 몸캠피싱 발생 건수는 2018년 대비 2022년 3배 이상 늘었다.

몸캠피싱 피해 규모가 급증하는 결정적 이유로는 명확하지 않은 범죄 분류와 이로 인해 실효성, 시의성을 놓친 미흡한 범죄 대응 프로세스가 꼽힌다.

현재 몸캠피싱은 사이버금융범죄와 디지털 성범죄 갈림길에 놓여 있다. 경찰과 피해자 보호기관인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가 각각 다른 관점에서 몸캠피싱을 보고 있다.

경찰은 사이버상 금전 갈취 때문에 몸캠피싱을 사이버금융범죄로, 디성센터는 불법촬영물 유포에 무게를 두고 디지털성범죄로 본다.

관점 차이만큼 대응 방식도 다르다. 경찰은 사실상 가해자 검거에만 집중하고 디성센터는 불법촬영물 유포 삭제 지원에 집중하는 '각개전투' 형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디성센터는 여성가족부 산하 여성인권진흥원에 설치된 기관이라 경찰과 신속 긴밀한 공조가 불가능하다.

몸캠피싱은 범죄자 검거, 피해자를 향한 실시간 협박 차단, 불법촬영물 유포 방지, 기유포된 불법촬영물 현황 파악 및 삭제까지 대응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용인대 범죄과학연구소장 박현호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몸캠피싱 범죄 암수를 추산해 본 결과 공식 통계보다 10배 더 많은 피해가 실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피해자가 경찰에 피해사실을 신고해도 경찰이 직접 불법촬영물 유포 차단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좌절해 접수를 포기하거나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피해접수 등록이 돼도 담당인력 부족, 증거 불충분 등으로 수사가 지연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

또 "불법촬영물 삭제를 위해 디성센터에 도움을 요청해도 접수부터 처리까지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고, 최근 3년간 디성센터가 삭제지원에 나선 62만 건 중 20~30%가 삭제 요청 불응 처리됐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피해자는 비용을 내더라도 신속 대응할 수 있는 민간 대응업체를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민간 대응업체 선택 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박 교수는 "민간 대응업체를 선택할 경우 제대로 된 사무실을 갖췄는지, 상주 전문 인력이 충분한지, 특허 같은 공식적으로 인증, 확인된 자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업계에선 '보이스피싱의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왜 저런 허술한 범죄에 당하지'라는 사회적 시선과 허술한 대응 프로세스가 피해자를 소외시키면서 악질범죄가 몸집을 불렸다는 측면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몸캠피싱을 단순히 사랑에 눈이 먼 사람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범죄로만 바라보는 색안경을 거둬야 한다"고 말했다.

smi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