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막기.com 붕괴]④ 자본잠식 e커머스 더 있다…생존 여부 '주목'

금융당국, 국내 주요 e커머스 점검…유동자산 현황에 집중
에이블리, 크림, 발란 등 적자 지속…"리스크 관리 필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사옥 앞에서 '정산 지연 사태'로 환불을 요구하는 피해자들로 붐비고 있다. 2024.7.25/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환불 지연 사태는 대규모 적자에도 위태롭게 버티던 e커머스 플랫폼이 판매자는 물론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업계에선 재무 건전성이 취약해 '돈맥경화'가 우려되는 e커머스들의 생존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적자생존을 거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국내 주요 e커머스 플랫폼을 상대로 정산 및 판매자 동향 파악을 진행하고 있다. 점검 대상에는 종합 e커머스 업체는 물론 '전문몰'로 불리는 일부 버티컬 플랫폼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점검 대상은 △지연 정산 여부 △입점사 이탈 여부 △미정산 잔액 △선불충전금 등이다. 특히 이번 사태가 티몬·위메프의 취약한 재무구조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유동자산 현황'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실제로 티몬의 자본총계는 -6386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누적 결손금 규모도 1조2364억 원에 달한다. 2023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확인이 어렵지만 결손금 규모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메프의 자산총계 역시 지난해 기준 -2398억 원의 자본잠식 상태이고, 누적 적자인 결손금 규모가 7559억 원에 달한다. 사실상 2개 기업의 자본잠식 규모를 합치면 8800억원에 달하고, 결손금 총합도 약 2조 원 수준이다.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사옥 앞에서 '정산 지연 사태'로 환불을 요구하는 피해자들로 붐비고 있다. 싱가포르 기반 e커머스인 큐텐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에선 셀러 대금 정산 지연이 발생하면서 사태 여파가 커지고 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이날 "오늘 책임지고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2024.7.25/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시장 안팎에서는 e커머스 플랫폼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핵심 요소로 재무 건전성이 급부상할 것으로 관측한다.

현재 e커머스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흑자를 내는 e커머스 기업으로는 쿠팡, 컬리, 오아시스마켓, 무신사, 야놀자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면 자본잠식과 더불어 결손금이 발생한 플랫폼으로는 동대문 여성 패션앱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과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리셀 플랫폼 '크림'(KREAM), 명품 플랫폼 '발란' 등이 거론된다.

에이블리는 2015년 법인 설립 후 2022년까지 7년 연속 적자가 이어져 누적 결손금만 2042억 원에 달한다. 부채총계는 1672억 원으로 1129억 원인 자산 총계보다 많아 -543억 원 수준의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지난해 명품 수요 급감으로 매출액이 반토막 난 발란 역시 지난해 말 기준 -77억 원 수준의 자본잠식과 미처리 결손금이 785억 원가량 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블리와 발란은 자금 수혈이 시급한 상황에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그룹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크림의 경우 지난해 기준 자산총계가 -2580억 원 수준의 자본잠식 상태다. 2020년 서비스 론칭 이후 쌓인 누적 결손금이 3414억 원에 달하지만 실질 지배기업인 네이버로부터 수백 억원씩 자금을 차입 받아 버텨내는 상황이다.

한 회계사는 "e커머스 플랫폼 및 스타트업을 평가하는 잣대로 재무 건전성의 비중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며 "얼마나 안정적인 사업 구조와 유동성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경쟁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재무 건전성이 취약한 업체에 대해 리스크를 면밀히 분석해 소비자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티몬·위메프와 같은 사태를 예방하거나 사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y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