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막기.com 몰락]② '티메프' 위험한 투자…실패하면 '머지포인트'
'적자' 쿠팡 상장으로 반전…머지는 신규매출 막혀 붕괴
큐익스 상장위해 무리한 인수, 정산지연에 셀러·고객 대탈출
- 서미선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를 두고 유통가에서는 '살아남으면 쿠팡, 실패하면 머지포인트'라는 말이 나온다.
결국 신규 매출과 외부 자금 수혈에 기대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돌려막기식 사업 모델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 위메프를 비롯한 일부 e커머스 업체는 새 매출을 일으켜 앞선 상품 대금을 정산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구조로 몸집을 불려 왔다.
가령 6월에 100억 원을 팔아 적자를 봐도 7월에 101억 원을 벌면 6월 치 100억 원을 정산해 줄 수 있는 구조다. 신규 매출이 계속 일어나야 이 구조를 유지할 수 있고, 막히면 바로 무너지는 것이다.
최근 정산 지연 사태가 터지면서 티몬, 위메프는 신뢰 하락에 셀러는 이탈하고 소비자들의 환불 요청은 쇄도하면서 악순환에 빠지는 모양새다.
자본금이 있다면 일시적으로라도 대처가 가능하나 티몬과 위메프 합산 자본금은 현재 '마이너스(-) 9000억 원'에 육박해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티몬 등의 구조를 보면 물건을 팔아 대금이 들어오면 정산을 60여일 뒤 해줘 아랫돌을 빼 윗돌 괴는 식으로 굴러가다,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더 영업이 되겠느냐"며 "영업이 돼야 자금을 충당하며 재기할 가능성이 있는데 판매자 탈출러시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싱가포르 기반 e커머스 큐텐의 계열사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2022년 티몬을 시작으로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위시, AK몰 등 국내외 e커머스를 줄 인수했다.
이는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한 것이었다. 유통업계는 상장을 위해 무리한 인수합병을 하고 내실은 채우지 못한 점을 문제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매년 적자를 보면서도 외형을 키우고 외부 자금을 수혈받아 성공한 사례도 있었다. 대표적인 게 '계획된 적자'를 주장해 온 쿠팡이다. 쿠팡은 2021년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하며 반전 계기를 맞았다.
당시 누적 적자만 4조 원이 넘었던 쿠팡은 공모가 기준 630억 달러(당시 72조 원) 가치를 인정받아 IPO(기업공개)를 통해 5조 원 넘는 자금을 수혈, 만회의 기회를 얻어 지난해 사상 첫 연간 흑자를 냈다.
큐텐도 이를 노리고 6월을 목표로 상장을 추진해 왔으나 지금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큐익스프레스 상장이 성사됐다면 유동성 확보가 가능했겠지만 불확실성은 더 커지는 실정이다. 앞서 상장을 추진했던 SSG닷컴, 11번가, 컬리, 오아시스 등도 주춤한 상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큐텐의 상장 작업이 10월까지 미뤄졌다고 했는데 이번 사태가 터지면서 이제 연내도 바라보기 힘들지 않을까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제2의 머지포인트'로 흐르지 않겠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머지포인트는 2020년 5월~2021년 8월 적자 누적 상태에서 '무제한 20% 할인'을 내세워 머지포인트 상품권을 팔아 선불충전금(머지머니) 규모를 늘리고 돌려막기로 자금을 운용하다 대규모 환불 요청 사태를 빚었다.
기존 가입자가 쓴 포인트 대금을 가맹점에 정산해 줄 때 후순위 신규 가입자가 낸 대금을 끌어다 쓴 것이다. 그러다 신규 자금이 유입되지 못하면서 결국 재정난에 처해 운영을 중단했다. 당시 머지포인트가 돌려주지 못한 소비자 돈은 1000억 원에 달했다.
smit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