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정산 주기가 트리거"…큐텐, 정산 지연 사태 '일파만파'

일주일→한달 주기로 정산 주기 변경…"자금 압박 초래"
무리한 인수합병 추진도 한몫…유동성 부족에 재무 불안정

서울 강남구 티켓몬스터 본사의 모습. 2024.7.2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싱가포르 기반 e커머스 큐텐그룹 계열사 위메프와 티몬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긴 정산 주기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의 글로벌 플랫폼 위시플러스와 위메프를 시작으로 한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최근 티몬까지 번졌다.

대금 정산일이었던 지난 7일 위메프 입점 업체 셀러 500여 명이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사실이 온라인상에서 공론화되면서 촉발됐다.

당시 위메프는 "일시적 오류에 따른 문제"라며 조속히 대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사건이 커지자 큐텐은 17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8일 위메프에서 일부 파트너사들이 결제 전산 시스템 오류로 대금을 정산받지 못했다"며 대금 정산 지연 사태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 및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하지만 대금 정산 지연 사태는 티몬으로도 확산했다. 전날 티몬 입점 셀러들을 중심으로 구매 취소 통보가 이어졌다. 정산을 받지 못했거나 정산 지연을 예상한 일부 셀러들이 구매자들에게 상품 취소 또는 환불을 유도하기도 했다.

초기에는 항공권, 여행사, 티켓 등을 중심으로 취소 사태가 잇따랐으나 이후 주요 백화점, 홈쇼핑 등 유통업계 전반으로 번졌다. 롯데쇼핑, 현대홈쇼핑, gs리테일, 신세계, 등 유통기업들은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했던 상품 판매를 모두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큐텐그룹의 대금 정신 기간 주기가 긴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자는 판매 대금을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40일 이내에 납품업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직매입 거래는 상품 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대금 지급 기한이 초과할 경우 연 15.5%의 지연 이율도 지급해야 한다.

e커머스마다 정산 주기는 제각각이다. 큐텐의 경우 지난 5월 일주일 주기에서 한 달 주기로 정산 주기를 변경했다. 상품 배송 후 익월 15일 정산되는 구조다.

큐텐그룹의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진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큐텐은 2022년 티몬, 2023년 위메프, 올해 AK몰과 글로벌 플랫폼 위시를 잇따라 인수했다.

큐텐이 긴 정산 주기를 활용해 셀러 정산에 사용할 자금을 급한 인수대금 등에 사용하는 일명 '돌려막기'를 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큐텐은 신규 정산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향후 사태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티몬은 2022년 자본잠식 상태였던 데다가 올해 4월 마감이었던 지난해 감사보고서도 제출하지 못했다. 그만큼 재무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위메프 역시 지난해 부채 총액은 3318억 원으로 전년 동기 (2608억 원) 대비 27% 증가했다. 자산 총액은 전년(1137억 원) 대비 19% 감소한 920억 원으로 나타났다. 부채가 총자산보다 3배(361%) 넘는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모니터링을 매일 실시하고 있다. 위메프와 티몬은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지급결제대행업 등을 영위할 수 있는 '전자금융업자'로 금감원에 등록돼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위메프의 정산 오류로 모니터링을 시작했다"며 "미정산 상황이나 유동성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