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中 알리바바, '발란' 투자로 명품 시장 재도전…'짝퉁' 이미지 벗는다
한국 명품 플랫폼 발란에 투자…中 '저가 이미지' 탈피 전략
에이블리·발란 투자로 한국 진출 속도…업계 "시너지 의문"
- 김진희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명품 사업에 뛰어든다. 국내 명품 플랫폼 발란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한국 명품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은 최근 발란에 수백억 원대 투자를 제안했다. 알리바바그룹과 발란은 전략적 투자자(SI), 재무적 투자자(FI) 등 모든 방식을 열어 놓고 투자를 논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그룹이 지난해부터 발란에 투자 유치를 위해 접촉했다"며 "상당 부분 진척됐고 세부 사항을 조율해 올해 4분기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알리바바그룹은 지난 5월 발란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론칭한 발란닷컴이 성과를 보이면서 투자를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란닷컴은 사업 첫해인 올해 글로벌 수출액만 최소 연간 500억 원에 이른다.
알리바바그룹이 SI로 투자에 참여하면 자사가 보유한 채널을 활용해 직접 글로벌 사업에 뛰어드는 셈이다. 단순히 재무적 투자 관계를 유지한다면 발란(한국), 발란닷컴(글로벌)을 통한 명품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알리바바그룹이 명품 사업에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20년 알리바바그룹은 글로벌 명품 온라인 플랫폼 파페치에 3억 달러(약 3400억 원) 규모를 출자했다. 하지만 파페치가 파산 위기에 몰리고 결국 쿠팡에 인수되면서 명품 사업에서 쓴맛을 봤다.
알리바바그룹이 명품 사업에 손을 떼지 못하는 것은 '저가 이미지'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알리바바그룹은 현재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한국 e커머스 시장에 진출해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중저가 시장에 집중돼 있는 데다가 가품, 저품질 등 '품질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글로벌 명품 플랫폼 발란과 손잡고 이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바바그룹이 한국을 교두보로 삼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알리바바그룹은 온라인 플랫폼 알리바바닷컴을 론칭한 데 이어 최근 국내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와도 투자를 추진, 마무리 단계에 있다.
알리바바닷컴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기업을 위한 전용 B2B 웹사이트 '한국 파빌리온'을 8월 8일 론칭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알리바바닷컴은 이 웹사이트를 통해 향후 5000개 이상의 국내 중소기업이 글로벌 B2B 시장에 진출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업계 시선은 회의적이다. 중국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이미 굳어져서다. 중국으로의 인력, 노하우 유출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하면 짝퉁'이라는 인식을 벗어나기 위해 한국의 명품 플랫폼을 택한 것 같은데 얼마나 시너지가 날지는 의문"이라며 "특히 투자, 제휴라는 명분으로 발란의 우수한 인력과 노하우, 네트워크 등이 중국으로 유출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jinny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