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日 군인들 묘지 속 윤봉길 의사 암장지…"잊지 말아야"

한국인에 생소한 가나자와 지역 육군 묘지에 위치
재일 한국인 후손들의 노력으로 보전·관리돼

박현택 월진회 일본지부장이 11일 일본 가나자와 육군묘지 내 위치한 윤봉길 의사 암장지적비에서 설명하고 있다. 2024.7.11/뉴스1 ⓒ News1 윤수희 기자

(일본 가나자와=뉴스1) 윤수희 기자 = 일본 간사이 지방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가나자와. 도쿄에서 두 시간 반가량 신칸센을 타고 도착한 도야마 역에서 다시 한 시간 버스를 타야 도착하는 곳이다.

일본 여행이 흔한 한국인들에게조차 생소한 지역이지만 윤봉길 의사가 상해 폭탄 투척 의거 후 일본으로 끌려와 총살형을 당하고 묻혔던 지역이다. 윤 의사 의거로 사망한 시라카와 대장이 소속된 일본 육군 제9사단 본거지가 바로 가나자와다.

이에 롯데장학재단과 광복회는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3박4일 간 진행한 독립 유공자 후손 해외 역사 탐방에서 복잡해지는 동선과 늘어나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가나자와 일정을 포함했다.

광복회 관계자는 "윤 의사 암장지적비와 순국기념비가 위치한 가나자와는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다른 지역과 달리 일부러 오지 않으면 잊힐 수 있기에 독립 유공자 후손들의 방문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올해 선발된 43명의 장학생은 11일 일본 가나자와시 육군 묘지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윤 의사의 암장지적비를 찾았다. 윤 의사의 유해가 발견된 장소는 청일전쟁, 러일전쟁 등에 참전한 일본 육군 장교들의 크고 웅장한 묘지들 옆에 위치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일본 관행상 장례조차 치르지 않는 경우는 있을 수 없는 일임에도, 일제는 윤 의사의 유해만큼은 돌려주지 않았다. 결국 1945년 해방 후 유해발굴단이 일본에 파견된 지 3일 만에 육군묘지 가장자리 쓰레기장 근처에서 윤 의사의 유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윤 의사의 유해는 1946년 국내로 봉환돼 효창원에 안장됐지만 윤 의사가 암장된 곳을 역사적으로 기리기 위한 후손들의 노력은 계속됐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11일 일본 가나자와 육군묘지 내 위치한 윤봉길 의사 순국기념비에서 묵념하고 있다. (롯데장학재단 제공). 2024.7.11/뉴스1 ⓒ News1

유해 발굴에 참여한 재일 한인 박인조 씨의 주도하에 1987년부터 암장지를 보전 정비하는 운동이 일어났고, 1992년 12월19일 윤 의사가 순국한 날에 암장지적비가 세워지게 됐다. 암장지적지 자리는 가나자와시로부터 영구 임대를 받은 상태다.

윤 의사의 암장지적비는 박인조 씨의 조카인 박현택 월진회 일본지부장과 자원봉사자들이 관리하고 있다. 박현택 씨는 이날 장학생들이 방문하자 암장지적비가 생긴 배경과 현 상황을 직접 설명하며 한국인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박 씨는 "일본 우익단체들이 독립운동 흔적을 없애기 위해 감사청구를 하면서 실제 사라진 곳이 많다"며 "재일 한국인들도 일본으로 귀화하면서 윤 의사의 업적이 점차 잊히고 있다"고 우려했다.

주니가타 현 총영사로서 처음 암장지적비를 방문한 오영환 총영사는 "윤 의사님을 비롯해 독립운동가들의 노고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라며 "암장지적비가 잘 보존·관리될 수 있도록 민간 단체를 잘 서포트하겠다"고 했다.

윤 의사의 손녀인 윤주경 전 국민의힘 의원은 "윤봉길 의사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시고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분들까지 기억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y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