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양날의 검"…공정위, 자충수 두지 말아야

잇단 패소에 무리수 제재 지적…신중한 법리 검토에 무게

/뉴스1 DB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兩刃之劍'(양인지검). '양날의 검'은 양쪽에 날을 사용할 수 있는 이로움이 있지만 쓰기에 따라 이(利)로울 수도, 해(害)로울 수도 있음을 뜻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이 매섭다. 공정위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기업들은 경영 차질을 최소화하고 이미지 회복을 위해 소송을 불사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해 부과한 과징금만 1조83억9000만 원이다. 이중 행정소송으로 제기된 과징금 액수는 9466억8500만 원에 달한다. 총 과징금의 90%가 넘는 수준이다.

문제는 소송으로 인한 비용이다. 공정위는 변호사 선임료와 성공보수금, 소송비용 배상 등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패소할 경우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에 법정 공방이 종료된 시점까지 법정 이자율을 계산한 환급가산금까지 지급해야 한다.

단적인 예가 최근 대법원 과징금 취소 확정된 SPC그룹 소송이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다는 이유로 64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SPC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공정위는 과징금과 환급가산금을 지급해야 한다. 법정 이자율이 최소 2%인 점을 감안하면 SPC에만 20억 원에 가까운 이자를 물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 모든 소송 관련 비용은 국민 세금이다.

140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쿠팡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는 만큼 결과도 주목된다. 쿠팡의 경우 과징금 규모가 SPC의 두 배가 넘는 만큼 공정위가 패소할 경우 이자 비용도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17년~2023년 행정소송 패소 등으로 공정위가 기업에 지급한 환급액은 5500억 원을 넘겼다. 이 중 440여억 원이 환급가산금이다. 세금 낭비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송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다. 공정위는 공개한 최근 4년간 승소율은 △2020년 70.9% △2021년 82% △2022년 70.9% △2023년 71.8%다. 그러면서 높은 승소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2021년을 제외하고 승소율 70%대다. 평균 73.9%로, 4곳 중 1곳은 억울한 제재를 받았다는 의미다.

'공정위 철퇴'로 인한 이미지 타격과 시정명령 이행에 따른 경영 차질 피해는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기업은 '불공정 행위'로 지적된 경영 활동을 할 수 없다. 무죄 판결이 날 경우 불공정 행위는 공정 행위였다는 억울함은 기업의 몫이다. '주홍글씨'를 회복하기까지 소송 외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승소율 70%가 아닌 패소율 30%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불공정 거래에 대한 매서운 칼날은 공정위의 역할론에서 지지를 받는다. 하지만 1심 판결과 같은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억울한 기업'이 나오지 않도록 보다 신중한 법리 검토와 전원회의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는데 목소리가 모아진다.

재판부가 공정위의 위법성 입증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점은 신뢰도에 치명적이다. 패소로 인한 타격은 기업이 아닌 공정위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뎌진 칼은 그 칼을 휘두르는 자에게도 생채기를 입힐 수 있어 자충수를 두지 않아야 할 것이다.

공정위 수사권은 행정 서비스지 권력이 아니다. '무소불위(無所不爲) 행정권력'이라는 일각의 냉소도 묵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