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면주가의 비법은 고서(古書)에서 찾은 생쌀 발효법"

[유통人터뷰]장윤석 배상면주가 마케팅부 차장
"고 배상면 회장, 한국 농산물 활용한 양조강국 꿈 꾼 분"

장윤석 배상면주가 마케팅부 차장.

(서울=뉴스1) 이호승 기자 =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막걸리'는 생쌀로 빚습니다. 다만 생쌀은 찐쌀에 비해 전분 구조가 단단해 누룩에 의한 분해에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장윤석 배상면주가 마케팅부 차장은 14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찐쌀 대신 생쌀을 사용한 배상면주가의 막걸리의 특징으로 신선하고 깔끔한 맛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장 차장은 "고(故) 배상면 회장이 개발한 조효소제를 이용해 담금을 하는데 이 조효소제는 가열하지 않은 쌀의 전분을 분해할 수 있을 정도의 아밀레이스 효소를 포함하고 있어 찌지 않은 쌀도 발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느린마을 막걸리는 일단 생쌀을 물에 불린 후 물기를 빼고 고운 가루가 되도록 분쇄한 뒤 조효소제를 이용해 발효를 진행한다. 다만 누룩의 아밀레이스가 전분 구조를 분해하는 데 드는 시간은 진짤을 사용할 때보다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장윤석 배상면주가 마케팅부 차장.

생쌀로 막걸리를 빚는 주조법은 배 회장의 아들인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가 초등학생 때인 1960년대 헌책방에서 조선시대 주류에 대해 기록한 유태종 박사의 '한국의 전통술'이라는 책을 발견해 개발할 수 있었다.

배 대표는 배 회장에게 그 책을 선물했고 배 회장은 책에서 '백하주'라는 술의 제조법을 찾았다. 장 차장은 "그 책에는 백하주를 소개한 조선시대 고서 '고사촬요' 등의 옛 문헌들도 언급됐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백하주'를 재현하기 위해 실험에 착수했고 시행착오 끝에 1982년 생쌀발효법을 개발했다. 당시 배 회장은 누룩 사업만 했지만, 배 대표는 생쌀발효법을 상용화하기 위해 양조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전래한 술 발효 방법 중 생쌀 발효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찐쌀을 이용할 경우 당화와 발효가 더 용이하고, 더 빨리 당분을 만들어 알코올로 발효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찐쌀을 이용한 주조법이 대표적인 막걸리 주조 방식이 된 것이다.

배상면주가, 국순당, 배혜정도가의 술들은 대부분 생쌀발효법으로 빚어진다.

생쌀발효법의 또 하나의 장점은 찐쌀과 누룩을 버무리는 등의 공정이 필요 없어 양조장을 소형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장점을 살려 배상면주가는 2010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첫 번째 도심형 양조장인 '느린마을양조장'을 개장했다. 배상면주가는 느린마을양조장의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했는데 현재 강남점, 춘천역점, 대구동성로점 등이 운영 중이다.

장 차장은 생쌀발효법이 배 회장의 집념 때문에 개발됐다고 말했다. 장 차장은 "배 회장은 평소 '토요일·일요일이 고민이다. 실험 경과를 못 보는 것이 제일 고민이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장 차장은 "사비를 들여 신문 지면 광고를 내면서 술 빚는 법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지 오라고 할 정도였다. 배 회장은 한국 농산물을 활용한 양조 강국을 진심으로 꿈꿨다"고 덧붙였다.

yos54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