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우유 소비 감소, 수입량은 증가"…위기의 유업계, 2026년이 고비
2026년 미국·유럽 유제품 관세 철폐…국산 우유 경쟁력 하락 불가피
유업계, 위기 타개 위해 건강기능식품·영양식 개발·출시에 집중
- 이호승 기자
(서울=뉴스1) 이호승 기자 = 2026년 미국·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 우유 소비량 감소, 우유 수입량 증가라는 삼중고에 처한 국내 유업계가 활로 모색을 위해 고심 중이다.
우유 소비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원유 공급가는 오르고 국산 우유보다 저렴한 외국산 우유 수입량이 증가하면서 유업계는 건강기능식이나 영양식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10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우유 소비량은 2021년 444만8459톤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22년 441만490톤, 2023년 430만8350톤으로 감소세를 보인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먹거리의 다변화 때문에 우유 소비량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오히려 수입 멸균우유의 수입량은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멸균우유의 수입량은 2020년 1만1413톤에 불과했지만 매년 증가해 2021년 2만3199톤, 2022년 3만1386톤, 2023년 3만7361톤으로 3년 만에 3.3배 증가했다.
멸균우유 수입이 급증하는 이유는 국산 우윳값에 비해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실제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폴란드산 멸균우유의 최저 소비자가격은 1L에 1980원으로 같은 용량 국산 우윳값의 3분의 2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우유보다 저렴하고 영양 성분이나 맛에서 국산 우유와 큰 차이가 없는 데다 보관도 쉬운 수입 멸균우유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우유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커피전문점, 제빵 업계 등에서도 멸균우유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멸균우유 수입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산 우유보다 저렴한 멸균우유 수입이 증가하고 있지만, 국산 우윳값은 올해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낙농계,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11일부터 이달 말까지 원유 가격 결정을 위한 소위원회를 개최한다.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3년 우유 생산비는 전년보다 L당 44.14원(4.6%) 상승한 L당 1002.85원이었다. 정부는 원유 기본가격을 동결하거나 최소 수준에서 인상하도록 중재할 방침이지만 사료비·인건비가 오른 만큼 올해도 원유 기본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유업계에서는 2026년 미국·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된다면 유업계가 막대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산·유럽산 우유, 치즈 등에 대한 관세율은 11~13% 수준으로 매년 단계적으로 하락해 2026년 이후에는 0%가 된다.
국내 유업계는 일찌감치 건강기능식품·영양식 등의 개발·생산에 뛰어들었다.
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우유를 사용한 치즈, 버터는 물론 커피, 주스는 물론 최근에는 디저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디저트마케팅팀을 따로 꾸리고 아이스크림, 커피, 피자, 떡 등을 출시하고 있다.
남양유업(003920)은 건강기능식에 집중하고 있다. 2021년 건기식 발효유 제품인 '이너케어'를 출시한 이후 2022년 고함량 완전 단백질 음료인 '테이크핏 밸런스'를 출시하고, 올해는 부스터 단백질 음료인 '테이크핏 프로'를 출시했다.
매일유업(267980)은 2018년 성인 영양식인 '셀렉스'를 출시한 데 이어 2021년 건기식 등을 생산하는 자회사 매일헬스뉴트리션을 설립했다. 지난해 영업 양수도 계약 체결을 통해 올해부터는 매일유업의 메디컬푸드사업부에서 기존 엠디웰아이엔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환자식·고령친화식 제품인 B2B, B2C 제품을 선보이는 등 본격적으로 환자식·고령친화식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업체들이 지금까지는 유제품 중심의 영유아 제품에 집중했지만, 출산율 감소, 인구구조 변화로 수익 다변화에 나설 시점이 됐다"며 "성인 영양식, 식물성 음료, 디저트류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외식사업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yos54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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