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신세계-'물류' CJ 맞손…쿠팡·알리 맞서 '1등' 탈환 나서

G마켓·SSG닷컴 물류 대한통운에…상품·멤버십도 협업
CJ 이재현-신세계 정용진 '사촌동맹'으로 주도권 회복 시도

신세계-CJ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신세계 제공)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유통'의 신세계(004170)와 '물류'의 CJ(001040)가 그룹 차원에서 손잡고 쿠팡과 C커머스에 맞서 '1등 경쟁력' 탈환에 나선다.

'범삼성가' 두 기업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시너지를 내 시장 영향력을 키우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번 협력은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간 '사촌 동맹'으로도 눈길을 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은 5일 사업제휴 합의서를 체결하고 전방위적 협력을 약속했다.

협약에 따라 신세계 e커머스 부문인 G마켓과 SSG닷컴 등은 CJ대한통운(000120)과 물류 협력을 강화한다. 그간 G마켓은 다양한 택배사가 배송을 맡았으나 이르면 7월부터는 CJ대한통운이 전담한다. CJ대한통운의 내일도착 서비스 '오네'도 도입한다.

오네가 도입되면 G마켓의 익일도착 보장 택배는 주문 마감 시간이 오후 8시에서 자정으로 연장된다.

SSG닷컴은 CJ대한통운에 배송을 맡기는 방안과 함께 김포 NEO센터 2곳과 오포에 지은 첨단 물류센터를 단계적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신세계 측은 "이번 협약은 정 회장이 SSG닷컴, G마켓 등 온라인 물류의 구체적 문제해결 솔루션을 진두지휘한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제조'의 CJ제일제당(097950)과 '소매'의 이마트(139480)를 중심으로 공동 상품을 개발한다. 미디어 사업과 콘텐츠 분야에서도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멤버십 혜택도 공유해 고객 편익을 강화한다.

신세계, CJ 로고(각사 제공)

신세계는 '신세계포인트'와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CJ는 'CJ 원 포인트'를 운영 중이다. 양사 혜택을 합치면 신세계 멤버십으로 CGV, 올리브영에서 포인트를 적립·사용할 수 있고 역으로 CJ 멤버십으로 백화점과 마트, 스타필드 등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앞서 신세계와 CJ가 계열사 차원 협업을 한 적은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손을 잡은 건 처음이다. 업계에선 "쿠팡의 독주에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e커머스가 치고 들어오면서 서로의 강점을 합쳐 시너지를 내려는 전략 아니겠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양사 협업을 강화하면 신세계 e커머스 부문은 CJ대한통운 배송 네트워크 활용으로 고객 편익을 제고하고 물류비용을 감축할 수 있다. SSG닷컴은 절감한 비용으로 강점인 그로서리 분야를 강화할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신세계의 대규모 물량이 들어오면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해진다. CJ대한통운 측은 "이번 물류협력을 모범사례 삼아 1PL(자사물류)의 3PL(제3자물류) 전환을 본격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쿠팡의 자체 택배 사업 본격화로 앞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공동 상품 개발도 '가성비 핫템'을 내세운 만큼 제조사 브랜드(NB)보다 가격이 저렴하게 형성돼 있는 자체브랜드(PB)가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쿠팡도 자회사 CPLB를 통해 PB를 운영 중이다.

미디어·콘텐츠 협력 역시 쿠팡을 견제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쿠팡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쿠팡플레이, 배달앱인 쿠팡이츠 등의 혜택 강화를 통해 '록인' 전략을 펴고 있다.

OTT 티빙의 모회사 CJ ENM(035760)과 웨이브 모회사 SK스퀘어는 티빙-웨이브 합병 협상 막바지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증권가에선 양 사 합병이 CJ ENM 영업익 증가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티빙과 웨이브의 가입자가 거의 겹치지 않아 합병 뒤 1100만 명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 "합병 시엔 합병 전보다 이익이 최대 2000억 원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smi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