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호 무신사 총괄대표, UAE 대통령 환담 참석…K-패션 중동 진출 청신호
UAE 대통령 최초 한국 방문…무신사, 유통업계 유일하게 참석
- 김진희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최초로 한국을 국빈 방문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대통령과 국내 기업 총수들간의 간담회에 유통업계 중 유일하게 조만호 무신사 총괄대표가 초대받아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 SK, 현대차, 한화 등 '10대 그룹'을 비롯해 엔씨소프트(ICT), 하이브(K팝), CJ E&M(문화) 등 각 산업계 대표 기업이 참석하는 가운데, 유통업을 통틀어서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만이 비공개 초대장을 받아들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조만호 무신사 총괄대표는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무함마드 UAE 대통령과 한국 기업인 간담회에 초대받았다.
행사 시작 시간에 앞서 롯데호텔에 도착한 조 총괄대표는 취재진의 질의에 별다른 대답은 하지 않은 채 가벼운 인사를 전하고 건물 안으로 이동했다.
조 대표는 고등학생 시절이었던 2001년 '무진장 신발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패션정보 공유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해 현재의 무신사의 토대를 만들었다.
그동안 조 대표는 패션 브랜드 육성 및 지원, 오프라인과 글로벌 진출 등 비즈니스에 전념하느라 별도의 대외활동을 하지 않아 공식석상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그만큼 UAE 대통령과의 만남이 갖는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으로 보인다.
이번에 UAE 대통령실에서는 공식 방한 일정에 앞서 정부를 통해 국내 기업과의 미팅 일정을 조율해왔는데 특히 UAE 측에서 희망하는 환담 기업 리스트에 무신사를 먼저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UAE가 한국 패션 브랜드에 대해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대표적인 기업으로 무신사를 콕 집은 셈이다.
UAE를 비롯한 중동 국가는 'K-패션' 브랜드들에게 기회의 땅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중동 국가는 히잡 같은 전통 의복으로 인해 패션 기업이 진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으나 이러한 전통 의복을 즐기는 인구는 매우 적은 비중이기 때문이다. 실제 UAE 거주자의 80% 이상이 외국인이라 자유로운 패션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무신사는 국내에서 회원 수 1500만명, 입점 브랜드 8000여개,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 500만 명 이상에 달하는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3년에는 연결 기준 연 매출이 9913억 원으로 거의 1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 7월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인정받은 기업 가치는 3조 원 중반으로 전해진다.
무신사에서 전개하는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는 모던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앞세우면서도 고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이 뒷받침되면서 10~30대 젊은 소비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아 최근에는 백화점, 대형 쇼핑몰 등에서도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3년 9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의 개·폐회식 단복 디자인과 제작을 무신사 스탠다드가 도맡아 패션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7월 개막하는 '2024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는 대표팀 단복까지도 무신사 스탠다드가 전담할 예정이라 명실상부한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기업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무함마드 UAE 대통령과 조 대표 간의 미팅에서는 'K-패션' 브랜드의 중동 지역 진출이라는 원칙적 공감대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석유 이외의 영역에서 신사업을 넓히길 원하는 UAE는 음악,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기반의 엔터테인먼트에 패션까지 더한 ‘'K-컬처' 전체를 아부다비에 이식하길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신사도 한국에 포진된 감각적인 중소·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해외 시장에 알리고자 2022년부터 글로벌 사업에도 뛰어든 상황이라 UAE 정부 측과 니즈가 맞아떨어진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국부펀드를 등에 업은 UAE의 '오일머니'가 시리즈C 라운드를 끝낸 무신사의 자본력에 힘을 보탠다면 협력 관계가 보다 구체적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테일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UAE 입장에서 K-컬처 기반의 한국 패션 브랜드 진출은 현지 젊은 고객을 대상으로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무신사는 한국에서 가장 주목하는 브랜드들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상태라 무신사와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파급력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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