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금연정책]② 신종담배 집중하자 진화하는 궐련담배 시장

"청소년용 입문 담배"…가향담배, 니코틴 더 깊게 들어간다
"가향담배, 깔끔하고 냄새 안나"…담배 더 찾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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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정부의 금연정책이 신종담배에 집중되고 있는 사이, 담배 업계는 일반 궐련 담배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특정 가향 담배가 '입문용 담배'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으로 담배 업계의 가향 및 냄새저감 기술이 금연 문턱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향을 덧대 마시기 편해진 담배는 기분과는 달리 건강에는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지속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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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흡연자 10명 중 8명의 첫 담배, 가향 담배

국회입법조사처,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등의 자료에 따르면 가향 담배는 2011년 2억7000만갑에서 2020년 13억8000만갑으로 10년 새 4배가 넘는 성장을 이뤘다. 2011년에는 전체 담배 판매량의 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2020년에는 전체 담배 판매량 35억9000갑의 3분의 1 수준으로 올라왔다.

가향담배 판매량 상승은 10대에서 30대까지 젊은 흡연자가 기여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2022년 9월 발표한 '가향담배 사용현황 및 건강에 미치는 영향연구'에서 만 13~39세 젊은 흡연자 중 77.2%가 가향담배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해당 연구의 선행연구(2016년) 당시 64.8%보다 12.4%p 증가했다.

10대들에게 첫 흡연을 이끈 담배, 앞으로도 피우고 싶은 담배는 80% 이상 가향 담배를 꼽았다.(처음 한두모금 피운 담배 82.9%, 처음 한개비를 다 피운 담배 81.8%, 앞으로 피우고 싶은 담배 81.5%) 만 25~39세 성인의 첫 담배가 66.3% 가향담배였고, 73.6%가 앞으로 피우고 싶은 담배를 가향 담배로 꼽은 것도 높은 수치인데, 이보다 더 높았다.

김관욱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와 김희진 연세대 역학건강증진학과 교수가 함께 진행한 '가향담배 사용경험의 연령 및 성별 차이에 대한 질적 연구'에서는 가향담배가 각 연령대 별로 다양하게 흡연을 유도하고, 금연 계획 실천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진행한 초점집단면접조사에서 고등학생 흡연자들은 "A담배는 입문할 때 피던 건데, 깔끔하게 냄새도 안 나서 주변에 약간 국룰(당연한 일이라는 의미의 신조어)이었다"고도 평가했다.

25세 미만 성인들은 마치 옷을 고르듯이 자신에게 맞는 향을 찾았다. 25세 이상 성인 남성들은 맛보단 자극을 위해 멘톨향의 담배를 찾았고, 여성은 적은 냄새를 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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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 떨어뜨리는 멘톨, 담배 더 찾게 해

가향 담배를 첫 담배로 고르는 이유는 담배의 불편함으로 꼽히는 냄새와 맛에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워도 불쾌한 독성 물질을 흡수하지 않았다는 기분을 선사한다.

질병청 연구결과에서도 가향 담배로 담배를 시작한 경우가, 비가향담배로 시작한 경우보다 흡연을 지속할 가능성이 1.4배, 가향 담배로 흡연을 지속할 가능성은 10.9배 높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향 담배는 오히려 비가향 담배보다 담배 유해물질의 흡수성을 높인다. 코코아 성분 중 테오브로민과 커피의 카페인은 기관지를 확장 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해당 성분이 담배에 첨가되면 니코틴이 흡연자에 폐에 더 깊게 흡수될 수 있다.

가장 흔하게 쓰이는 가향물질 멘톨은 흡연 시 청량감을 부여한다. 그러나 멘톨 성분은 말단 신경을 마비시키는 효과도 있다. 흡연자들이 담배에 중독되는 것은 니코틴이 도파민 수치를 높이는 탓이 큰데, 멘톨 성분의 가향 담배를 피우면 이같은 자극이 떨어지게 된다. 담배를 피운 후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담배를 찾게 한다.

단맛을 낼 때 사용하는 바닐린 등의 감미료는 연소하면서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생성한다. 흔히 술을 마신 후 숙취를 일으키는 물질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담배의 맛을 향상시키는 구성요소로 첨가물인 설탕, 감미료, 멘톨, 바닐린, 계피 등의 성분을 제한하거나 금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22대 국회가 새로 들어서는 만큼 담배사업법 개정 등을 통해 가향 담배 등 일반 궐련 담배에 대한 규제 집중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정부의 금연 정책이 전자담배에만 올인하고 있어 일반 궐련 제품도 변하고 있다"며 "신종 담배에 대한 규제도 중요하지만, 일반 궐련 담배, 가향·캡슐 등을 규제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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