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금연정책]①'83 대 17' 일반담배 점유율 더 큰데…신종담배 우선

신종 담배 시장 커지곤 있지만 시장점유율 차이 커
해외선 가향담배 판매 금지…10년 새 가향담배 4배 넘게 성장

서울역 흡연실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내리고 담배를 피고 있다. 2021.5.31/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흡연'의 건강 악영향이 국민 상식으로 자리 잡으며 정부의 금연 정책 필요성에는 정부·소비자·업계의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금연 정책 방향이 신종 담배에 집중되고 있어 실효성에 대해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 담배(궐련 담배)의 시장 점유율은 궐련형 전자담배 등 신종 담배보다 약 5배 크다. 특히 가향 담배 등은 흡연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금연 정책이 일반 담배에 대한 규제를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복지부, 국민건강계획 첫 번째로 '신종담배' 차단 내세워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최근 금연 정책 및 관련 홍보는 전자 담배, 궐련형 전자담배 등 신종 담배로 기울어지고 있다.

이는 신종 담배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출시 이후 궐련형 전자담배의 연간 판매량은 8000만 갑으로 시장점유율은 전체 담배양의 2.3%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6억 1000만 갑(16.9%)으로 늘어났다.

시장 변화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제5차 국민건강종합계획(2021~2030)에서 가장 첫 번째 과제로 '신종담배의 시장진입 차단과 철저한 관리'를 제시했다.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은 국민건강증진법에 근거한 10년 단위의 중장기 종합계획이다. 정부의 국민건강 계획의 가장 최우선에 신종 담배 규제를 내세운 셈이다.

복지부는 현재 '연초의 잎으로 제조'한다는 담배의 정의를 '연초 및 합성니코틴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는 담배와 전자담배 기기장치 등'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각종 광고대상에서 수상했던 복지부의 '노담' 광고는 이미 2021년 '전담은 노담'을 내세우면서 범위를 확장했고, 지난해부터는 '괜찮은 담배는 없습니다'라는 콘셉트의 금연 광고를 이어가면서 신종 담배를 집중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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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점유율 일반담배 83.1% vs 신종담배 16.9%

그러나 일반 담배(궐련 담배)의 시장 점유율(2023년 83.1%)은 궐련형 전자담배(16.9%)와 비교해 여전히 압도적으로 큰 상황이다.

특히 담배 업계에서는 일반 담배 중에서도 캡슐이나 가향 기술을 통해 담배 특유의 냄새를 제거한 제품을 전략적으로 유통하고 있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담배의 가향물질 첨가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곤 있지만, 신종담배와 같이 적극적인 모습은 아직이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담배에 가향 물질을 포함한 경우 이를 표시하는 문구나 그림 등을 제품 포장·광고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유일한 규제다.

반면 해외에서는 이미 담배에 가향 물질 첨가를 금지하는 등의 규제를 택하고 있다. 미국은 2009년부터 과일향, 캔디향의 가향 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있고, 2024년 멘톨 담배까지 포함해 가향담배 판매 중단을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도 궐련 및 말아 피우는 담배에 가향물질 첨가를 2014년부터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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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새 가향담배 판매 4배 넘게 성장…"향 적으면 안 사"

당초 정부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캡슐 담배와 캡슐 외 가향 담배를 따로 분류해 판매량 통계를 만들었지만, 2020년 이후부터는 관련 통계가 부재하다.

비교적 최근 통계인 국회입법조사처,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등의 자료에 따르면 가향 담배는 2011년 2억 7000만 갑(캡슐 7000만 갑, 캡슐 외 가향담배 2억 갑)에서 2020년 13억 8000만 갑(캡슐 11억 갑, 캡슐외 가향담배 2억 8000만 갑)으로 10년 새 4배가 넘는 성장을 이뤘다. 특히 캡슐형 담배는 작은 부침도 없이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국내에서는 대표 담배 업체인 KT&G가 '에쎄', '레종' 등에서 라인업을 확대를 통해 과일향, 초콜릿향, 커피향, 멘톨향 등의 담배를 추가하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도 '말보로', '팔리아멘트', BAT로스만스의 '던힐', JTI코리아 '메비우스' 제품 등에서 캡슐·가향 담배를 판매하고 있다.

같은 멘톨향 담배를 두고도 "멘톨 향이 적은 건 안 피운다"고 할 정도로 향의 정도에 따라 판매량까지 좌지우지되는 형국이다.

정유석 단국대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일반 담배의 판매도 따로 캐비넷에 넣어두고 판매하는 등 규제하고 있지만, 우리는 광고도 하면서 유혹한다"며 "담배 자체를 덜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 미국처럼 가향담배를 금지하는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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