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유 잠깐 오른 거면 버티겠는데"…가맹점 수익 악화에 두 손 든 BBQ치킨

가맹점 운영난 심각…4월 매출 20% 늘었지만, 영업이익 10% 내려
'기후플레이션' 원가 고공행진 지속…업계 가격 인상 지난해부터 진행 중

'BBQ 에버랜드점'(제너시스BBQ 그룹 제공)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치킨 업계의 잇단 가격 인상에도 동참을 자제해왔던 제너시스BBQ도 결국 치킨 가격 조정에 나섰다. 올리브유 등 원자재 가격의 오름세가 장기적인 흐름을 보이자 가맹점주 수익성 악화를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제너시스BBQ 그룹은 오는 23일부터 BBQ의 총 110개 판매 제품 중 23개 제품의 소비자 권장 판매 가격을 평균 6.3% 인상 조정한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황금올리브치킨 후라이드' 가격은 2만 원에서 2만 3000원으로 '자메이카 통다리구이'는 2만 1500원에서 2만 4000원으로 변경된다. 일부 제품은 증량을 통해 사실상 가격 인하 효과라고 밝혔지만, 소비자들 표정은 밝지 않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그 가격이면 차라리 패밀리 레스토랑을 가는 게 낫다"는 불만도 쏟아졌다. 반면 "원자재 물가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 않나" "삼겹살 1인분 2만 원 시대에 치킨은 그나마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제너시스BBQ는 가맹점 운영난이 심각해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원·부재료 가격의 상승, 최저임금 인상, 임차료 및 기타 유틸리티 비용(가스비, 전기비 등)의 급격한 상승 등에 가맹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BBQ 자체 조사 결과 매출 상위 40% 점포를 기준으로 올해 4월 매출은 전년 대비 20% 늘었지만, 오히려 영업이익은 10% 떨어졌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이른바 '황올'로 불리는 BBQ의 대표 메뉴 황금올리브치킨에 사용되는 올리브유 원가 인상도 타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톤당 1만 88달러를 기록해 분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1만 달러를 넘겼다. 지난해 1분기 기준으로 톤당 5926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운 수준의 인상이다.

올리브유 최대 산지인 스페인은 지난 2년간 가뭄에 시달렸고 그리스·이탈리아 등 역시 올리브유 작황이 좋지 않다. 이를 두고 '기후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기후변화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이 어려워 올리브유 원가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이미 가격 조정이 상당수 진행됐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4월 오리지날과 허니콤포, 레드콤보 등 주요 제품을 3000원씩 인상했고, bhc치킨도 지난해 말 치킨 메뉴를 크게는 3000원 인상했다. 굽네치킨도 지난달 고추바사삭 등 제품을 1900원씩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유 가격 문제가 단기적인 이슈면 어떻게든 극복했겠지만, 기후 문제로 발생한 만큼 가격 인상을 안 하기에는 힘들지 않겠나 하는 게 대부분의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BBQ 측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본사라면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소상공인 입장인 가맹점들의 수익성 악화가 커져서 어쩔 수 없었다. 이번 가격 인상의 9할은 가맹점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