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규제 12년, 실효성 논란 下] 유통구조 붕괴…청사진 없는 대형마트

온·오프라인 경계 무너진 유통 환경 급변기 12년 전 규제 발목
법 제정 후 매출 급락·잇단 폐점…"생존 위한 새 논의 필요"

편집자주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둘러싼 아젠다(Agenda, 의제)가 12년 째 유통업계 숙원이 되고 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2012년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은 국내외 e커머스의 부상과 급변하고 있는 유통 시장 환경에 실질적인 규제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규제 완화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개정안은 폐기 위기에 처해있다. 10년 넘게 규제를 받고 있는 주요 대형마트들은 폐점 위기를 맞고 있다. 본 취지와는 다르게 '불공정 규제'로 지목되는 '유통법'의 문제점과 실효성, 향후 개선안의 필요성 대두 등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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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미래 청사진이 없어요. 고물가에 대응해야 하고 각종 단체와의 이해관계 속에서 대형마트는 항상 선봉에 있어요. 여기에 오직 대형마트만 해당하는 규제도 받아야 해요. 호황기 때는 모든 규제나 대응을 감내할 수 있지만 지금은 생존의 기로에 선 상황입니다. 서울과 지방 일부 평일 전환을 하고 있지만 지금의 속도라면 전국적으로 확대되기 전 대형마트는 문을 닫을 수 있어요."(업계 관계자)

대형마트 점포가 사라지고 있다. 2019년 전국 430개를 넘어서던 국내 주요 대형마트 3사의 점포 수는 현재 394개로 줄었다. 수천억 원 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대형마트들은 많게는 수백억 원, 적게는 적자로 돌아서며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대표적으로 점포 정리다. 수익성이 부진한 점포들을 연이어 폐점하면서 어려운 업황에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 IR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47개 점포에서 2020년 160개까지 증가하다 올해 153개로 줄었다. 특히 유통법 제정 후 2012년 1개 점, 2014년 1개 점, 2017년 2개 점, 2018년 3개 점, 2019년 3개 점, 2021년 4개 점, 2022년 2개 점, 2023년 3개 점이 문을 닫았으며 올해만 2개 점이 폐점했다.

롯데마트도 2012년 103개 점에서 2013년 109개 점, 2019년 125개 점까지 확장됐지만 2020년 113개 점으로 12개 점이 정리됐고 2021년 112개 점에 이어 현재 111개 점이 운영되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에도 2021년 대전탄방점을 시작으로 안산점, 대구점, 가야점, 동대전점 등이 영업을 종료했으며 올해에만 서면점이 폐점한 가운데 오는 목동점 역시 이달 말 영업 종료를 앞두고 있다. 2019년 140개에 달하던 전국 점포 수는 올해 130개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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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에 한 달 문 닫아…잇단 폐점에 고용 감소 "내수경제 활성화 부정적"

의무휴업일이 이틀로 1년에 24일을 영업할 수 없게 되면서 매출도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주말 매출이 평일 대비 1.5배에서 2배까지 차이가 나는 만큼 일요일 휴업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오프라인 중 대형마트의 연간 매출 증감률이 가장 낮았다. 온라인은 9.0% 상승한 반면 편의점이 8.1%, 준대규모 점포 3.7%, 백화점이 2.2% 증가했지만 대형마트는 0.5%에 그쳤다. 그나마 주말 영업일 증가에 따른 매출 증감률이다.

업태별 매출 비중에서도 온라인이 50.5%를 차지한 가운데 대형마트는 백화점(17.4%), 편의점(16.7%)보다 낮은 12.7%를 나타났다. 온라인의 경우 2020년 46.5%, 2021년 48.4%, 2022년 49.2%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대형마트 매출 비중은 유통법 규제 이후 하락 전환했다. 2014년 27.8%에서 하락세를 보이며 2020년 17.9%, 2021년 15.7%, 2022년 14.5%로 줄어들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매출이 2.9% 감소했으며 이마트의 경우 영업손실 855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특히 이마트는 2013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시작과 동시에 매출 하락세로 2013년 대비 2022년 영업이익은 80.3%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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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업체 관계자는 "의무 휴업일 규제는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1년에 한 달을 문을 닫는 것"이라면서 "오프라인 유통은 장치 산업이다. 영업이익률에서 기본적으로 고정비가 계속 들어가는 한계가 있다. 대형마트의 매출 하락세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출점보다 폐점이 많은 것이 단초적인 예다. 폐점은 고용의 감소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형마트의 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의 내수경제 활성화 지점과도 맞물린다. 경기침체와 초인플레이션 상황으로 고통받는 환경에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지난 2년간 경제 활성화와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B 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근본적으로 내수 기반의 기업들이다. 시장은 한정돼 있는데 중국 e커머스까지 들어오면서 점유율도 위태로운 상황에서 단독 규제까지 받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고용도 국내에서 창출하는 기업들인데 경쟁력 하락에 따른 위기는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소비자들의 선택권 축소나 테넌트(tenant 마트 입점 소상공인)를 비롯한 주변 상권까지 경제적으로 부정적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오프라인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통시장은 10년 전에 비해 급변했고 중국 e커머스까지 진입하면서 온·오프라인 경계 붕괴에 따른 대형마트의 쇠퇴는 기정사실로 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인구구조나 경제 상황에서 반등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현실 속에서 규제가 대형마트만 향해 있다. 10년 이상 지나면 법규가 당연히 소멸해야 하는데 법이 지속되고 있고, 이는 소비자를 위한 것도, 유통업체, 특히 중소유통업체를 위한 것도 아닌 '비정상화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역시 "온라인 소비가 대세지만 오프라인이 없어진다면 소비자 선택권에서도 긍정적이지 않다"면서 "최근 유통시장 경쟁 구도는 대형마트와 중소상인이 아닌 다양한 쇼핑 채널과 중소유통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소상인과의 상생은 경제 논리로 접근해 정부 차원이나 정치권이 다 같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마트와 주변 상권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의 상생을 위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화두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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