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 안 되는데"…고물가에 반사이익 누리는 식품업계

CJ제당·동원·롯데웰푸드 호실적…대상·풀무원 등도 긍정 전망
외식물가 비싸 내식 수요 증가…정부의 가격 압박은 부담

국제 올리브유 가격이 1년 사이 70% 상승한 13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올리브유를 고르고 있다. 2024.5.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올해 1분기 실적 고공행진 중인 식음료 업계가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K-푸드의 인기로 해외 수출 순항, 고물가로 내식 수요가 증가하며 호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 속 정중동 모드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업계 맏형 CJ제일제당(097950)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7조2160억 원, 영업이익은 375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8.7% 급증했다.

지난해 부진했던 바이오 부문 사업의 매출 구조 변화, 글로벌 매출 강화 등의 영향이 컸지만, 국내 시장에서도 외식 대신 내식 소비가 강세를 보였다.

동원F&B(049770)는 1분기 매출액 1조1190억 원, 영업이익 499억 원으로 각각 3.5%, 14.8% 성장했다. 동원F&B는 고물가 영향으로 양반 비빔드밥 등 가정간편식(HMR) 판매가 증가한 것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제·빙과, 유지식품, 육가공 제품 등을 판매하는 롯데웰푸드(280360)도 1분기 매출 9510억 원, 영업이익 373억 원으로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100.6% 급증했다.

아직 실적 발표 전인 주요 식품업체들의 증권가 컨센서스도 긍정적이다. 대상(001680)의 1분기 영업이익은 314억 원, 전년 대비 132.5% 성장이 전망됐고, 풀무원(017810)은 영업이익이 165억 원으로 34.6% 성장이 점쳐졌다.

통계청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외식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를 기록한 반면, 가공식품은 절반 수준인 1.6% 상승에 그쳤다. 아울러 농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20.3%가 상승했다.

밖에서 사 먹는 것도 비싸고, 신선식품을 사서 만들어 먹는 것도 비싼 상황이다. 여기에 식품업체들은 유명 맛집 업체들과 손을 잡거나, 건강을 생각한 식물성 제품들을 내놓는 등 HMR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있다.

다만 긍정적인 시장 환경에도 정부의 비우호적인 가격 정책은 식품업계 입장에서 부담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일 주요 식품기업과 외식업계 대표들을 불러 물가 안정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업계는 가격 상승에 대한 정부의 경고성 행보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설탕 업체에 이어 지난 9일에는 롯데칠성음료·코카콜라 등 음료 업체에 대한 가격 담합 현장 조사를 벌였다.

매출이 늘긴 해도 원재료·인건비·전기요금 등 제반 비용이 상승하고 있어 수익성의 우려가 크다.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카카오·올리브유 원가 부담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가 어려운 가운데에 가공식품 업체들이 실적이 좋았다고 자랑하는 게 아무래도 눈치 보이는 일"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