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법인 총수' 유지…규제 리스크 벗고 '로켓성장' 위한 투자 고삐

김범석, 예외요건 충족해 지정 피해…국적 이슈 해소
투자유치 우려 덜어…국내시장 점유율 수성위한 투자 탄력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쿠팡의 동일인이 자연인(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되며 규제 리스크 부담을 덜게 됐다.

동일인은 대기업집단에서 사실상 기업을 지배하는 총수를 뜻한다. 쿠팡은 지난 수년간 논란이 된 규제 리스크에서 벗어난 만큼 C커머스 대응에 본격 나서는 등 경영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15일 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공정거래법 시행령과 관련 지침이 개정되며 새로운 동일인 지정 기준이 적용된 데 따라 쿠팡 동일인은 자연인이 아닌 법인(쿠팡㈜)으로 지정됐다.

개정된 지정 기준은 기본적으로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보되 예외요건을 충족하면 사람 대신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게 했다. 동일인을 사람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기업집단 범위가 동일하고,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경영참여, 출자, 자금거래 관계가 모두 단절돼 있는 경우다.

김 의장은 예외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공정위는 김 의장 동생 내외가 쿠팡Inc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근무하고, 국내 계열사 임원으로는 재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이사회 참여나 투자 활동, 임원 선임 등 경영참여 사실은 없다는 소명을 받았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쿠팡㈜와 김 의장은 예외요건을 인지하고 있고 친족의 국내 계열사 임원 미재직, 경영 미참여 사실, 위반 시 동일인 변경 및 제재 가능성을 명확히 확인하고 서명했다"며 "기존엔 뚜렷한 기준 없이 쿠팡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으나 이제 시행령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김 의장 등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동일인 제도 운영 과정에 외국 국적 보유 등 동일인 판단과 관련 다양한 쟁점이 발생했으나 판단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대표 사례가 2021년 쿠팡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며 동일인으로 쿠팡 법인을 지정한 것이었다. 김 의장이 쿠팡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미국 국적자라는 이유로 지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외국인 등에도 차별 없이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세워지면서 김 의장 국적 관련 이슈는 해소될 수 있게 됐다.

산업계 관계자는 "동일인 지정의 궁극적 목적은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에 대한 우려가 본질"이라며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쿠팡은 자회사 지분 100% 구조로 관련 이슈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쿠팡은 쿠팡Inc가 한국법인 지분을 100% 보유하고, 한국법인이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한 단순한 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동일인은 공정위에 각종 자료를 제출할 의무를 진다. 해당 의무 위반 시 공정거래법상 검찰 고발도 가능하다. 이번에 쿠팡 동일인이 법인으로 지정되면서 개인은 제재 대상에서 빠지고 법인이 대상이 돼 기업 부담은 줄게 됐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은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투자유치 관련 우려도 덜었다. 동일인은 규제의 기준점이 되기도 해 김 의장이 지정되면 외국자본의 국내 투자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쿠팡은 미국법인인 쿠팡Inc에서 조달한 자금을 국내 법인에 투입해 왔다.

쿠팡이 관련 리스크를 벗으면서 C커머스 공습에 대응해 한국 시장 점유율을 수성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쿠팡은 한국 제조업 지원금을 올해 22조 원으로 확대하고, 5조5000억 원을 투자해 멤버십 혜택을 강화할 계획이다. 3년간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2027년까지 '전 국민 로켓배송'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편 쿠팡은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뒤 지난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올해는 공정자산 증가로 순위가 18계단 상승해 27위에 올랐다.

smi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