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김남정 시대 본격화'…수산업 넘어 미래사업 액셀 밟는다
공정위, 기업총수 지정 김재철 명예회장서 김남정으로
2세인데 20년 넘게 걸린 회장 승진, 사업 전반 이해…배터리·물류 등 강화
- 이형진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 총수로 공식 지정됐다. 배터리·물류 등으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는 동원그룹은 김 회장의 총수 지정을 통해 미래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4일 공정위는 '동일인 판단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에 따라 동원그룹의 동일인(그룹을 지배하는 총수)을 기존 김재철 명예회장에서 김남정 회장으로 변경했다.
동원그룹의 동일인 변경은 창사 55년 이래 처음 있는 일로, 본격적인 '김남정 시대'가 열렸다는 해석이다.
창업주인 김 명예회장은 2019년 창립 50주년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은퇴했다. 이후 김 회장은 부회장 직함을 달고 주도적으로 그룹 경영을 이끌어왔고, 지난 3월 이사회 의결을 거쳐 회장 자리에 올랐다.
김 회장은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1998년 동원산업(006040)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동원F&B(049770)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동원시스템즈(014820) 경영지원실장, 미국 스타키스트(Starkist) 최고운영책임자(COO), 동원엔터프라이즈(현 동원산업 지주 부문)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보통 국내 오너기업의 2세들이 임원까지 승진하는데 5년이 채 안 걸리는 것과 비교해 김 회장은 입사 후 임원 승진까지 10년 이상이 걸렸다. 부회장에 오른 이후에도 회장 승진에 10년이 걸려, 사업 전반을 구석구석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2014년 부회장 승진 이후 10년간 10여 건의 인수합병(M&A)과 기술 투자를 진두지휘하며 수산, 식품, 소재, 물류로 이어지는 4대 사업 밸류체인(value chain)을 구축했다. 최근 4년간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투자액은 1조3000여억 원에 이른다.
동원그룹은 2015년 축산 도매 온라인몰 '금천'을 인수해 수산 식품에서 축산물 유통으로 식품 사업 영역을 넓혔고, 2021년 원통형 배터리 캔 제조사 엠케이씨(MKC)를 인수해 이차 전지 패키징으로 사업을 확장, 첨단 소재 기업으로 본격 도약했다.
2017년에는 종합물류기업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해 물류 사업을 확대하고, 4월 초 부산 신항에 국내 최초의 자동화 항만을 개장하며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한편 1969년 설립된 동원그룹은 사업 지주사인 동원산업 산하에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동원로엑스, 스타키스트(Starkist) 등 18개 자회사와 26개 손자회사 등을 보유한 기업 집단으로 성장했다. 동원그룹의 매출액은 지난해 10조 원(단순 합산 기준)을 돌파했다.
재계 관계자는 "부회장 때부터 실질적으로 동원그룹의 미래 사업을 이끌었던 김 회장에게 공정위가 책임감을 더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을 바탕으로 동원그룹의 미래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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