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역외탈세·조세회피?…국세청 세무조사 쟁점 뜯어보니
비정기 조사에 눈길…예치조사 없어 '통상 점검' 가능성
쿠팡Inc 소재 델라웨어주, 美상장기업 절반이상 법인 등록
- 서미선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국세청이 쿠팡과 모기업 쿠팡Inc 간 자금 이동 과정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쿠팡에 대한 비정기 세무조사가 역외탈세 여부와 관련이 있는지 눈길이 쏠린다.
다만 세무업계와 유통업계에선 쿠팡의 원천소득이 대부분 국내에서 발생하고, 국세청이 현장조사에서 관련 자료를 가져가는 '예치'는 실시하지 않아 특별조사보다는 다국적기업 점검 차원일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13일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은 4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 직원들을 보내 세무 자료를 확보했다. 이곳은 통상 외국계 기업, 해외거래 비중이 높은 기업 대상으로 비정기 세무조사를 한다.
쿠팡이 국제거래조사국 조사를 받은 건 2010년 창사 뒤 처음이다. 이에 일각에선 국세청이 쿠팡의 역외탈세 여부를 살피러 세무조사를 한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앞서 신년사에서 "과세주권을 침해하고 국부를 유출하는 공격적 조세회피와 지능적 역외탈세 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델라웨어주에 있는 쿠팡Inc는 한국 쿠팡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국세청은 지난달 조사 때 컴퓨터 하드디스크, 회계장부 등 관련자료를 가져가는 예치조사는 하지 않았다. 통상 자료 예치에 나서면 조사 기간이 수개월로 길어지지만 이번 쿠팡 조사는 이미 끝난 상태로 알려졌다.
세무업계 한 관계자는 "역외탈세 혐의는 해외에서 소득을 대부분 창출하는 원천소득을 부정한 방법으로 신고했을 때 성립하는 혐의"라며 "국내에서 대부분의 원천소득이 발생하는 쿠팡은 대상이 아닐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제거래조사국 투입의 경우 조사 1~4국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김 청장이 올 초 다국적기업의 조세납부 의무 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점검을 하겠다고 밝힌 일환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비정기 세무조사라 해서 반드시 '특별 세무조사'로 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쿠팡 측은 쿠팡Inc에서 자금을 조달할 뿐, 국내 쿠팡 계열사에서 미국으로 나간 돈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쿠팡의 1분기 누적 결손금은 6조 원에 달한다. '전 국민 로켓배송'을 위해 향후 3년간 3조 원을 투자하기 위해서도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실정이다.
쿠팡Inc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어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높은 수준의 회계 기준을 적용받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 사이에선 쿠팡Inc 소재지인 델라웨어주를 '조세회피처'로 보고 이를 쿠팡의 조세회피로 연결 짓는 시각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에선 상장기업의 50% 이상이 델라웨어주에 법인을 등록해 경영을 하고 있다. 기업 친화적 회사법이 많기 때문이다. 애플·아마존·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등 초거대 기업, 현대차·롯데·네이버 등 국내 대기업도 현지 법인 본사를 이곳에 두고 있다.
한편 이번 국세청 조사는 공정거래위원회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쿠팡의 '중도 해지 미환불' 의혹과 관련해 이달 7일 현장조사를 했고, '자체브랜드(PB) 부당 우대 의혹'에 대해선 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쿠팡은 PB 사건에 관해 "공정위는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상품을 우선 보여주는 것을 '알고리즘 조작'이라고 문제 삼지만, 유통업체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건 유통업의 본질"이라며 "이를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smi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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