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잘 팔린다"…고물가에 냉방 가전도 '알뜰風'

고가에 냉방비 부담 에어컨 대비 선풍기 선호
서큘레이터 감소세 속 일반 선풍기 수요 증가

2023.8.7/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냉방 가전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보다 저렴한 가전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여름 시즌 가전을 대표했던 서큘레이터나 에어컨 대비 선풍기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이마트의 가전 매출 추이 분석 자료에서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6일까지 일반 선풍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5% 신장률을 기록했다. 에어컨은 같은 기간 신장률이 26.5%다.

선풍기 매출 비중에서도 고가의 서큘레이터는 감소세인 반면 일반 선풍기 비중은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51.1%를 차지했던 서큘레이터의 판매 비중은 2021년 44.5%, 2022년 35.9%, 2023년 28.9%로 하락세를 보였으며 올해는 24.6%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일반 선풍기의 경우 같은 기간 2020년 42.9%에서 올해 62.4% 수준이다.

일반 선풍기는 보통 서큘레이터보다 저렴하다.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일반 선풍기의 평균 가격은 7만~8만 원 수준으로 13만 원~14만 원의 서큘레이터와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일반 선풍기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자체브랜드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도 많다. 올해 현재까지 기준(5월 6일) 노브랜드 표준형 선풍기가 2200여 대, 일렉트로맨 산들바람 표준형 선풍기 1300여 대가 팔리며 판매량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일반 선풍기 중 노브랜드, 일렉트로맨 선풍기 판매 비중은 25%로 판매된 4대 중 한 대가 자체브랜드 상품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관계자는 "여름 시즌 냉방 가전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날씨와 별개로 일반 선풍기가 가진 가격경쟁력이라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도 시즌 가전 판매에서 선풍기 종류의 판매율이 에어컨의 6.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에어컨 판매율은 전년 동기 대비 14% 신장했지만 서큘레이터를 포함한 선풍기는 90%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는 10일까지 기준으로 에어컨 11%, 선풍기는 51% 신장률을 보였다.

서울 용산 전자랜드에 진열된 선풍기. 2023.6.2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가전 종합몰에서도 선풍기 판매 증가가 두드러졌다. 전자랜드의 경우 지난달과 이달 9일까지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한 반면 선풍기 판매량은 4.1% 증가했다.

롯데하이마트는 같은 기간 선풍기가 50% 신장률을 보였지만 서큘레이터는 35%로 감소했으며 특히 에어컨은 전년 수준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시즌 가전 수요의 트렌드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증가하는 수요에 맞춰 일반 선풍기 물량을 선제적으로 늘리거나 기획전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여름 시즌을 위한 일반 선풍기 물량을 지난해 22만 대 수준에서 올해 약 25만 대로 14%가량 확대했다. 자체브랜드뿐만 아니라 일반 브랜드 단일 품목에 대해 집중적인 대량 매입을 통한 대대적인 할인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냉방 가전 페스티벌'을 열고 에어컨, 선풍기, 서큘레이터 등 여름 가전 시장 경쟁에 대응한다. 전자랜드는 '가전의 달 패밀리 세일'을, 롯데하이마트는 '쿨링 가전 페스타' 기획전을 진행하며 수요 잡기에 나선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경우 4월부터는 에어컨 판매가 본격화되는 시기이지만 업황이나 고물가 영향으로 판매가 감소하는 추세"라면서 "물가 상승이 가전 수요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lil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