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사각지대' 합성니코틴 노리는 BAT, "담뱃세 인상 신호탄 되나"

BAT, 세금 부과 안 되는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출시 검토
담배 제조 업체들 "일단 지켜보겠다"…합성니코틴 시장 진출엔 '신중'

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담배가 진열되어 있다. 2023.2.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이호승 기자 =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 그룹이 합성니코틴 액상 전자담배의 한국 출시 검토 소식이 전해지자 담배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는 BAT의 행보가 세금과 규제 등 전체 담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과세 공백 상태인 합성니코틴 제품을 잡기 위한 정부의 행보에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 등 전체 담뱃세가 오를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BAT로스만스는 3분기 합성니코틴 액상 전자담배의 국내 출시를 검토 중이다. BAT로스만스의 이같은 계획은 한국의 법 규정 때문이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연초의 잎을 원료로 사용한 것만 담배로 정의하고 있어 연초의 줄기, 뿌리 등으로 만든 담배는 현행법상 담배에 포함되지 않는다.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합성니코틴을 사용하는 전자담배를 담배에 포함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담배사업법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합성니코틴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합성니코틴 담배를 담배에 포함하는 개정안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

현재 20개비 들이 궐련 담배 1갑에는 2914.4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전자담배의 경우 액상형은 1mL에 1799원, 궐련형(20개비)에는 2595.4원의 세금이 각각 부과된다.

현행법상 합성니코틴은 담배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세금 부과 대상이 아니다.

BAT로스만스가 합성니코틴 액상 전자담배 출시를 검토하는 이유다.

BAT로스만은 현재 천연 액상 니코틴을 사용한 '뷰즈'를 개당 1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를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합성니코틴 제품으로 출시할 경우 가격 경쟁력을 월등히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합성니코틴 추출 원가는 천연니코틴 추출 원가의 최소 3~4배에 달하지만,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세금분을 뺀 가격에 판매해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인 것으로 분석된다.

BAT를 제외한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JTI코리아 등 담배업계는 일단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A 업체 관계자는 "BAT로스만스가 합성니코틴 제품을 출시할 경우 담배 시장은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며 "과세 공백을 방치하게 되는 만큼 정부가 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재부가 올해 담뱃세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합성니코틴 과세 공백에 따른 세금 논란이 일 경우 정부는 이를 조치하기 위해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 등 전체 담뱃세를 손 볼 우려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개정안을 처리해 합성니코틴 담배를 담배로 인정해도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B 업체 관계자는 "합성니코틴이 담배로 인정될 경우 해외에서 품질 검증을 받지 않은 유사 담배 등이 국내에 유통될 수 있어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yos54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