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독사과 '중국 초저가 직구 열풍'…중독된 한국 경제[취재 후]
[알리·테무發 경제전쟁]중국산 초저가의 두 얼굴…韓경제는 이미 '흔들'
C커머스 열풍 대해부 기획 19회 송출…소비자 인식 전환 '한 걸음 한 걸음'
- 장도민 기자, 김명신 기자, 서미선 기자, 윤수희 기자, 김진희 기자, 박동해 기자, 유민주 기자, 이철 기자, 김민석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김명신 서미선 윤수희 김진희 박동해 유민주 이철 김민석 기자 = # 맨발로 불편함 없이 살던 원숭이가 있다. 원숭이는 어느 날 오소리로부터 꽃신을 선물 받는다. 처음엔 생소했지만 신다보니 계속 신게 됐고 어느새 발바닥의 굳은살이 얇디얇아져 더 이상 신발 없이 다니기 어려워졌다. 신발 없이 살 수 없게 된 원숭이는 오소리에게 더 비싼 값을 치르고 꽃신을 사서 신어야만 했고, 결국에는 그 신발값 때문에 오소리의 종 신세로 살게 됐다.
'원숭이의 꽃신'이라는 창작동화 속 이야기가 국내에 부는 'C커머스 열풍'을 타고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소비자를 원숭이에 대입하고 알리·테무·쉬인 등 이른바 ‘C커머스’를 오소리에 빗대면 꽤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C커머스가 주는 초저가라는 달콤함에 빠진 우리의 현실 역시 꽃신에 길들여진 원숭이의 입장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그러는 사이 국내 경제는 조금씩 잠식되면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뉴스1>은 C커머스의 공세가 단순히 유통시장 영향력 확대를 넘어 '경제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긴급 진단하고 각계와 해결책을 모색했다. 기획은 현재 상황 진단, 과거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 실패 사례, 정부와 기업의 대응 방향, 전문가 제언 등 총 19편에 걸쳐 경종을 울렸다.
◇"C커머스에 삼켜지면 중국 기업 의존도 높아져…국가경쟁력 우려"
그렇다면 C커머스는 어떠한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을까. 가장 큰 우려는 C커머스가 초저가 상품을 앞세워 결국 한국 내수시장을 빠르게 잠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C커머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계 쇼핑 앱이 국내 시장에 진출한 후 중국 플랫폼을 통해 구매하는 해외직접구매액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23년 중국으로부터 해외직접구매액은 약 3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전년대비 121.2% 상승한 수치다. 특히 해외직접구매액 중 거의 절반이 중국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경우 국내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중국에 의존하게 되고 C커머스의 독점력은 갈수록 커지면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우려된다.
서미선 뉴스1 기자는 "C커머스의 초저가 공습이 국내 e커머스 업계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중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국가경쟁력이 약화 될 것이라는 공통된 목소리를 들었다"고 지적했다.
김명신 차장 역시 "C커머스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시기에 비해 빠르게 현지 e커머스 시장을 잠식한 배경에는 오롯이 '초저가 덤핑'의 힘이 컸다"며 "취재를 거듭할수록 국내 산업 생태계가 심각한 수준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경각심이 강하게 들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불공정 무역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경우 폐쇄적이고 자국 중심인 현지 정책 앞에 대부분 문을 닫고 철수하는 것과 달리 C커머스 업체의 국내 진입은 그와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국내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문을 닫고 쫓겨나거나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매각한 사례가 적지 않다.
김 차장은 "우리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각종 제재에 시달리지만, 중국 기업은 한국에서 큰 제약 없이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면서 "무역 보복을 두려워한 우리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가 공정무역은커녕 우리 경제를 해외 직구 플랫폼의 늪에 더 밀어 넣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취재 과정을 떠올렸다.
윤수희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느낀 점은 중국 기업과 경영자는 정부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에 국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중국이 현재 처한 경제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는 상황"이라고 경계했다.
◇"C커머스 공세에 밀린 중기는 이미 폐업 중"
짝퉁·불법 상품이 난무하면서 소비자 안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출처 불분명을 넘어 안전 인증이 되지 않거나 판매가 금지된 제품들도 마구잡이로 수출하면서 2차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놀라운 것은 소비자들이 C커머스 제품에 대해서만큼은 짝퉁과 품질 저하에 관대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유민주 기자는 "'합리적 소비'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된 취재였다"며 "아무리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 직구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대다수여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C커머스의 공습이 비단 유통기업의 위기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C커머스의 카테고리가 생활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유통업뿐 아니라 제조업마저 잠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취재 과정에서 많은 기업 전문가들이 가장 타격이 큰 업종으로 꼽은 완구 업계의 경우 이미 많은 기업이 문을 닫았다는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장도민 차장은 "C커머스의 공세가 본격화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유통업 외에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면서 "C커머스의 공격적인 국내 영업활동 이후 많은 중소기업이 폐업하거나 폐업 수순으로 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컸다"고 되돌아봤다.
전문가들은 C커머스 흐름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단계별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동해 기자는 "알리와 테무가 글로벌 유통 구조를 혁신하는 기업일 수 있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대비를 해야 한다는 한 교수의 답변을 들었다"며 "혁신이든 아니든 우리 산업과 경제에 악영향이 예상된다면 현명한 대비책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물건 싸게 사겠다는데 무엇이 문제?"…인식 전환 한 걸음씩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인식전환이다. 소비자들이 C커머스 성장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만큼 이들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소비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뉴스1>의 이번 시리즈 연재 기획을 통해 이와 관련 긍정적인 시그널이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송출된 첫 기사는 '국산 제품이 비싸니 중국산을 쓰는 것 아니겠냐'면서 C커머스를 두둔하는 댓글이 많았으나, 중국 직구 제품이 왜 초저가가 될 수밖에 없는지 내막을 들여다본 기사에선 댓글 분위기가 바뀌는 전환점이 됐다.
낮은 관세, 환경부담금 미부과, KC인증 또는 유독성검사 등 안전장치에 드는 비용이 없는 점을 고려해도 저렴하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어서다.
장 차장은 "C커머스가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불어닥친 고물가와 경기침체의 틈을 타고 전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며 "어쩌면 경종이 너무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앉아 원숭이처럼 꽃신을 신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제라도 중국산 초저가 직구 제품의 두 얼굴을 바로 봐야 할 때"라고 기획을 맺었다.
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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