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에 1만6000원…'누들플레이션' 부추기는 '평양냉면 4대천왕'

메밀값 300% 올라…을지면옥 을밀대 등 줄줄이 인상
김치찌개·김밥 등 가세…총선 이후 가공식품도 뜀박질

22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다시 문을 연 을지면옥 앞에 시민들이 점심식사 차례를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2024.4.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고물가에 외식 물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을지면옥·을밀대·필동면옥·봉피양 등 이른바 '평양냉면 4대 천왕'이 '누들플레이션'(누들+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

원재료인 메밀값 폭등에 따른 영향이 크지만, 평양냉면 외 비빔밥, 김치찌개, 자장면 등의 가격도 올라 서민 먹거리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재개발로 2년 만에 영업을 재개한 을지면옥은 평양냉면 가격을 기존 1만 3000원에서 1만 5000원으로 2000원 올렸다. 수육은 3만원에서 3만 5000원, 편육은 2만 8000원에서 3만 원으로 책정했다.

을지면옥의 영업 재개는 평양냉면 마니아들을 들뜨게 했지만 가격 인상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냉면 가격을 올린 곳은 을지면옥뿐이 아니다. 을지면옥과 함께 평양냉면 맛집으로 손꼽히는 '을밀대' 역시 평양냉면 가격을 올해 초 기존 1만 5000원에서 1만 6000원으로 올렸다.

또 다른 유명 냉면집 필동면옥은 2022년 냉면 가격을 1만 3000원으로 올린 후, 지난해 1만 4000원으로 한 차례 더 인상했다. 봉피양도 1만 5000원에서 1만 6000원으로 가격을 조정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둘이서 냉면에 작은 사이드 메뉴까지 시키면 5만원이 훌쩍 넘는다" "진짜 큰맘 먹고 먹어야 할 듯하다" "마트 냉면이나 사서 해 먹어야겠다"는 불평이 쏟아졌다.

28일 서울시내 한 음식점 앞에 메뉴 안내문이 놓여 있다. 고물가에 외식 품목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며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외식비 부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8일 업계와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냉면과 김치찌개, 자장면 등 8개 품목 가격이 전년 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2024.4.2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이같은 가격 인상은 원가 영향 탓이 크다. 평양냉면은 메밀을 가장 주된 재료로 사용한다.

농산물유통 종합정보시스템 농넷에 따르면 올해 4월 중순 들어 메밀 가격은 1만 4000원으로 4월 초 3247원에 비교해 331% 상승했다. 현재 가격은 4월 하순까지도 같은 가격대가 유지되고 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355% 올랐다.

여기에 배추·무·돼지고기 등 특정 카테고리뿐 아니라 식자재 가격 전반이 오르고 있고, 인건비와 전기요금까지 상승해 평양냉면값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냉면 외의 외식 물가도 오름세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3월 냉면과 김치찌개, 자장면 등 8개 품목 가격이 전년 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메뉴별로 비빔밥은 1만 769원으로 5.7%, 김치찌개 백반 8000원 4.0%, 자장면 7069원 3.9%, 삼계탕 1만 6846원 3.1%, 칼국수는 9038원으로 3.5% 상승했다.

김밥 한 줄 가격은 올해 3323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올랐다. 2022년 가격과 비교해서는 23% 오른 가격이다.

업계 관계자는 "총선이 끝나면서 가격 상승을 억누르고 있던 치킨·햄버거·제과 등 프랜차이즈 업계와 가공식품 등도 가격 인상 기조를 보이고 있다"며 "고물가 시대 소비자 물가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hjin@news1.kr